성금요일, ‘내 한 끼 나눠 이웃 살리자’…고난주간 금식 캠페인

입력 2025-04-17 15:55 수정 2025-04-17 16:03
울산 전하교회 봉사자가 지난해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고난주간 한 끼 금식 비용으로 구매한 선물을 아프리카 부룬디 유치원에 전달하고 있다. 전하교회 제공

한국교회가 고난주간 금식으로 고난의 동참을 넘어 예수님 닮아가는 삶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혜(51) 주안장로교회 권사는 고난주간 동안 자신의 몫을 덜어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금식을 하고 있다. 김 권사는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가 지난 14일부터 실시하는 ‘고난주간 하루 한 끼 금식’을 참여하며 하루 한 번은 식사를 제한해 헌금하고 있다. 교인들이 한 끼 금식을 통해 모은 금액은 월드비전과 지역주민센터를 통해 지역의 결식아동과 취약계층에게 전달된다.

김 권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식을 할 때는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된다”며 “내 욕구를 내려놓고 그 시간을 감사일기나 성경 읽기 등으로 채운다”고 소개했다.

10년 넘게 고난주간 금식에 참여해온 강석희(55) 장로는 이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돼 복음 전하는 삶을 경험한다고 했다. 강 장로는 “내 것이 넘쳐드리는 것이 아닌,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최선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며 “성금요일에는 죄인됨을 고백하며 예수 닮아가는 삶을 살수 있도록 금식과 기도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금요일을 포함한 고난주간에 자신의 한 끼를 내어 이웃을 채우고자 하는 ‘한 끼 금식’ 운동은 신앙의 실천이자 사회적 나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 전하교회가 '십자가에 사랑을 담다'를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진행한 고난주간 하루 한 끼 금식 봉투. 전하교회 제공

울산 전하교회(최영진 목사)는 ‘십자가의 사랑을 담다’를 주제로 고난주간 한 끼 금식 캠페인을 마련했다. 하루 한 번 식사를 거르고 이에 해당하는 금액(5000원)을 모금하게 된다. 교인들의 ‘사랑의 금식’으로 모인 온정은 경북 의성지역의 산불 피해 교인들과 미얀마 지진 구호를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는 한 끼 식사를 포함해 커피 한 잔, 골프 볼링 등 레저활동까지 자신의 필요를 참아 절제헌금을 모으고 있다. ‘여섯 돌항아리를 채우라’는 주제로 실시되는 고난주간 캠페인은 농어촌교회와 도약교회(미자립교회) 여섯 곳의 선교비를 지급하고 목회자 부부를 초청하는 수련회 비용에 보낸다.

사랑의 쌀을 받은 가정이 지난해 글로벌비전의 사순절 캠페인을 통해 쌀을 지원받아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글로벌비전 제공

대구 강동교회(설재순 목사)는 5년간 NGO단체인 글로벌비전의 ‘사순절 한 끼 금식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전체 교인이 30명을 넘기지 않는 작은 교회지만 교인 3명 중 2명 이상이 장기 참가자정도로 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07년부터 글로벌비전이 진행하는 캠페인은 올해 전국 110여 교회가 동참하고 있다. 교회로부터 모인 기부금은 방글라데시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빈곤가정에 쌀과 학교 등 급식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유해룡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에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예수님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사건”이라며 “금식은 생명과 관련된 내 일부를 예수님처럼 이웃에게 나눠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약한 인간이 예수님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을 넘어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모습을 적극적으로 본받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