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기록할 수도”

입력 2025-04-17 14:0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배포한 ‘경제 상황 평가’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2월 전망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충격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분기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 경제 심리가 다시 위축됐다”면서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들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또 “올해 국내 성장률은 글로벌 무역 협상의 진전 추이, 추가경정예산의 규모와 시기, 이 과정에서 경제 심리의 회복 속도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한은은 다음 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은 우리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을 언급하면서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서는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면서 “미국 관세 정책의 강도와 주요국의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1분기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지 몰랐고, 정치 불확실성이 오래 갈지도 몰랐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망치가)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12조원 규모의 추경과 관련해서는 “0.1% 포인트 정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에 관해서는 “경제 모델로 따져보면 펀더멘털보다는 더 절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