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경기 때 싸게 사볼까”… 화랑미술제, 예상 이상의 선방

입력 2025-04-17 12:07 수정 2025-04-17 14:02
'2025 화랑미술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행사장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 ‘2025 화랑미술제’가 지난 16일 VIP 및 언론 대상 프리뷰를 열며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는 서울의 국제·현대, 부산의 조현 등 역대 최대인 168개 화랑이 참여했다.

첫날 프리뷰부터 행사장은 제법 북적였고 이런 분위기는 17일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이라 예상 이상의 선방에 화랑들은 안도하는 눈치였다.
'2025 화랑미술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행사장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부스 최고가인 단색화 대가 하종현의 ‘접합’ 50호가 첫날 23만 달러(3억2500만원)에 팔리며 희소식을 안겼다. 관계자는 “줄리안 오피 등 대가의 작품이 먼저 나갔다”며 “관람객은 지난해 수준만 못하지만 판매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가로는 500만원대 작품까지 들고 나왔다. 화랑협회는 봄에 화랑미술제, 가을에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를 연다. 화랑들은 키아프에는 억대∼수십억대 작품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화랑미술제에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을 내놓는 차별화 전략을 편다. 갤러리현대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며 개념 미술 작가 이강소의 ‘청명’ 연작 3억원(120호)을 부스 최고가로 내놓았다.

리안갤러리도 이강소, 김근태, 신경철 등 원로에서 중진까지 1억4000만원∼1700만원 4∼5점이 첫날 팔렸다. 이강소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는 중이고, 포스트 단색화 작가 김근태는 내년 파리 전시가 예정돼 있다. 리안 안혜령 대표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호재가 있는 작가가 선호된다”고 말했다. 가나아트에서는 코로나 저금리 때 MZ세대를 사로잡은 ‘도요새 작가’ 김선우의 작품이 첫날 완판되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문턱 높은 프리즈 아트페어에 초청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강소 화랑’ 갤러리조선은 “1000만원대 이하 작품을 주로 들고 나왔고 안상훈의 1200만원 100호 작품과 소품 몇 점이 팔렸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출렁이는 주식 시장 대안으로 그림 투자를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40대 마케팅회사 대표 A씨는 “미술시장이 안 좋을 때가 오히려 좋은 가격에 작품을 살 수 있는 기회”라며 부스를 돌았다. 행사는 20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