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여명이 사는 미국 작은 도시의 동네 책방 이삿날,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300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인간 컨베이어벨트를 만들어 9100권에 달하는 책을 새 공간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1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한 가슴 뭉클한 사연의 주인공은 미시간주의 첼시의 동네 서점인 세렌디피티북스다. 책방의 주인인 미셸 튜플린 사장은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며 9100권을 수백 개에 상자에 옮겨 담아 100m 떨어진 새 공간에 옮길 궁리를 했다. 작은 책방 특성상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을 오랫동안 비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튜플린은 책을 옮겨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고 기적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기존 책방에서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새 매장까지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한 권씩 책을 옮길 수 있게 됐다.
지난 13일 300명이 넘는 이웃들이 동네 책방의 이사에 동참했다고 한다. 특히 자원봉사자가 아닌 이들도 거리에 펼쳐진 진풍경을 보고 현장에서 참여하기도 했다. 91세의 어르신부터 여섯 살 난 아이와 함께 책방에 오던 손님도 이날 손을 보탰다.
봉사자 중 한 명인 도나 잭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책을 옮기면서 옆에 선 사람들과 ‘어머, 이 책 읽어봤어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라는 대화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든 책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튜플린 사장은 “(누가 도와주지 않았다면)책을 상자에 담는 데만 2~3일이 걸렸을 것”이라며 “동네 주민들이 평소에 하던 말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하니 세상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격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