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조아연 “건강 악화로 골프를 그만 둘 생각도 많이 고민했다. 지금은 의욕충만이다”

입력 2025-04-18 06:00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엄지척을 해보이는 조아연. KLPGA

살아 가면서 시련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게 운동 선수들에게 찾아 오면 슬럼프다. 한 때 투어를 투어를 호령하던 정상의 자리에 있다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선수들을 더러 본다. 십중팔구는 슬럼프 기간이 길어져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서 활동중인 조아연(24·한국토지신탁)도 그런 경우다. 데뷔 이후 수 년간 KLPGA투어 간판으로 군림했던 그가 2023년 부터 갑자기 리더보드 상단에서 자취를 감춰 버렸다. 왜 일까. 그를 아끼는 팬들의 궁금증이 커진 건 당연했다.

최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아연은 “많이 아팠으나 이제는 몸도 마음도 좋아졌다”라며 “최근 몇 개 대회에서 희망을 봤다.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무력감에서 벗어나 의욕충만이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가 최근 2년여간 남몰래 겪어야 했던 고충과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 보았다.

국가대표 출신인 조아연은 2018년 KLPGA 시드전 수석 합격으로 2019년에 KLPGA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에 그는 25개 대회에 출전, 2차례 우승 포함해 ‘톱10’에 13차례나 입상했다. 상금 순위 5위, 대상 포인트 6위로 시즌을 마쳐 많은 전문가들이 왜 자신을 될성 부른 떡잎으로 분류했는 지를 증명해 보였다. 그해 신인왕도 당연히 조아연의 몫이었다.

2020년과 2021년 시즌에 무관에 그친 조아연은 2022년 시즌에 2승을 거두며 명성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조아연은 2023년부터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해에 29개 대회에 출전해 12개 대회서 컷 탈락 내지는 기권이었다. 상금 순위 67위로 시즌을 마쳤다. 2022년 우승이 없었더라면 투어 카드를 잃는 성적이었다.

2023년에 비해 조금은 나아졌지만 2024시즌도 자신의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성적이었다. ‘톱10’ 입상은 2차례에 그쳤고 대상 포인트 58위, 상금 순위 43위였다. 슬럼프라는 달갑지 않는 늪에 빠진 게 분명했다.

조아연은 “재작년에 갑상선 저하증과 위장 장애로 체중이 10kg 가량 빠졌다. 아파서 빠진 거라 근육량도 감소했다. 당연히 힘이 없었다. 그러면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루키 때보다 50m 가량 덜 나갔다”라며 “심적으로 많이 무력해졌다. ‘골프를 그만 둬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상위권에 있다가 한번에 쭉 내려가니까 그런 마음이 더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지금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올 시즌 3개 대회에 출전해 딱 한 대회만 컷을 통과했지만 느낌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올 시즌 첫 경기를 하고나서 희망을 봤다. 작년과는 달랐다. 드라이버 비거리도 작년보다 좀 늘어 아이언 잡는 게 더 수월했다. 아이언도 비거리가 늘어 그린 적중률이 작년보다는 더 좋아졌다. 성적과 스코어는 기대만큼은 안나왔으나 분명 희망을 봤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지난 겨울 전지 훈련 효과라고 했다. 조아연은 지인의 추천으로 난생 처음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두바이에서 50일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바람이 좀 많이 부는 걸 제외하곤 날씨, 숙소, 연습 환경 등 모두 만족스러워 훈련량이 지난 4년간 미국에서 했을 때보다 더 많았다.

그는 “줄어든 비거리를 늘리는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스윙적인 부분 보완에도 노력했다”라며 “그 결과 아이언은 루키 때 거리를 회복했다. 드라이버는 루키 때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늘긴 했다. 건강이 많이 회복 됐기 때문에 드라이버 비거리도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팬들의 지지와 성원에 대한 감사 의미를 담아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는 조아연. KLPGA

그래서 올 시즌에는 3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조아연은 “2022년 7월에 있었던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이 마지막 우승”이라며 “올해 목표는 무조건 1승이다. 기왕이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지만 그보다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토지신탁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뒤 공교롭게도 성적이 좋지 않아 늘 미안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낼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멘탈적으로나 퍼포먼스면에서 지난 2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게 그 동력이다. 조아연은 “분명 희망의 싹을 봤다. 그 싹을 잘 키워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도 그가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다만 위벽이 얇아 소화가 잘안돼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고충은 아직도 있다.

그는 “식사를 하고나서 효소를 꼭 챙겨 먹어야 할 정도여서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피한다”라며 “단백질 섭취도 소고기 아니면 닭백숙이다. 돼지고기는 전혀 못먹는다. 아무튼 관리를 잘하고 있어 더이상 건강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했다.

조아연은 모험을 즐기는 대표적인 선수다. 데뷔 이후 몇 년간 그의 이름 앞에는 ‘핑크공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국산 골프공 볼빅의 핑크 컬러 볼을 사용해서 붙은 닉네임이다. 클럽도 국내 여자 투어 프로 최초로 PXG를 사용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KLPGA투어 최초로 스릭슨 골프볼과 계약을 체결했다.

조아연은 “성격상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해보는 걸 좋아한다”라며 “볼빅 골프공, PXG클럽, 그리고 올해 스릭슨 골프볼 사용까지 많은 분들이 의아해 했지만 그 결정에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기에 거기에 감사할 뿐이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조아연은 “내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해주고 격려해준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라며 “내 자신을 위해서도, 또 그런 팬들을 위해서도 올해는 기필코 재기에 성공하도록 하겠다.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