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과 인도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극심한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17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 기상청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일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최고 8도 높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이 나라 남서부 발루치스탄 지역의 이번 주 최고기온은 49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인접국인 인도 수도 델리의 최고기온은 이달에만 벌써 세 차례 40도를 넘겼다. 이는 계절 평균치보다 최고 5도 높다. 인도 라자스탄의 일부 지역 기온은 이미 44도 수준이다. 두 나라 모두 통상 5~6월에 기온이 정점에 도달하는데 올해는 더위가 일찍 시작된 것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로 꼽힌다. 실제로 파키스탄 신드와 발루치스탄은 최근 몇 년간 세계에서 기온이 가장 높았던 지역으로 기록됐다. 10억명 넘는 사람이 기후위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2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에서 발생한 폭염 사망자는 2만2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실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2050년 인도가 생존 불가능 온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염은 임산부와 태아에 직격탄이다. 국제조산사연맹(ICM)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이 높으면 아기의 80%가 조산으로 태어나 호흡기 질환을 겪는다. 임산부는 임신성 고혈압을 겪을 확률도 높아진다. 폭염은 식량 부족 문제도 초래한다. 벼 등 농작물이 충분히 크지 않은 상태에서 기온이 높아지면 수확량이 급감한다. 여름철 고기온은 겨울철 적은 강수량과 가뭄으로 이어져 꽃이 시들고 과일도 잘 맺히지 않는다. 환경운동가인 토피크 파샤는 “(기후위기로) 식량 생산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