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도 힘들다…원유 수요 전망 줄하향에 정유업계 시름

입력 2025-04-17 06:09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개를 들며 국제유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미 1분기 실적 둔화가 예고된 정유업계는 부진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평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1.43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64.78달러, 중동산 두바이유는 66.42달러다. 모두 1분기 평균 가격보다 10달러가량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증산 및 가격 인하에 중국의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연초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에 이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겹치며 유가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는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증가량이 하루 103만 배럴에서 73만 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보다 30만 배럴이나 축소된 수치다. 내년 전망치도 69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IEA는 “무역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경우 미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현실화하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0~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엔 OPEC이 올해와 내년의 일평균 원유 수요가 13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15만 배럴 정도 감소한 수치다.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정된 국내 정유업계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DB증권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예상 영업손실이 575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36억원)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에스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76% 감소한 54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이달 들어 유가가 급락하며 재고평가손실이 커질 공산이 크다. 유가 낙폭이 크면 정유사들엔 기존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 재고가 손실로 잡힌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배럴당 4달러 수준이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2달러 선까지 후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통상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으로 통한다.

현재로선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반등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클 산업인 정유업 특성상 유가 반등만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