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서 배운 비전, ‘무슬림 최대’ 인도네시아 기독교 등불돼

입력 2025-04-17 07:00 수정 2025-04-17 07:00
요하네스 나후웨이 목사가 1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교회 목양실에서 한국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140년 전 조선에 파종됐던 복음의 씨앗이 이제는 세계로 향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목회 비전을 배웠던 한 교회는 오늘날 무슬림을 향해 사랑과 용서를 외치며, 소상공인을 돌보고 있다. 지역 각지에선 의료와 교육으로 주민들을 위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GBI마와르사론교회(요하네스 나후웨이) 이야기다.

우선 교회 이야기에 앞서 인도네시아가 어떤 곳인지부터 살피자면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전체 인구(2억 8000만여명)의 약 87%가 무슬림이다. 종교의 다양성은 허용되지만, 법적으로 무교는 선택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닌다. 개신교 인구는 정부 추산 2000만명으로 약 7%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내부적으로는 오순절 계열 GBI(Gereja Bethel Indonesia) 교단을 중심으로 기독교 인구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BI마와르사론교회는 1978년 설립 당시 100여명에서 출발해 현재 약 1만 5000여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이는 현지 교회 성장의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GBI마와르사론교회 본당 전경.

1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요하네스 나후웨이(45) 목사는 가장 먼저 한국교회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로부터 추진력과 열정을 나눠 받았기에 교회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나후웨이 목사는 “아버지는 과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님과 관계를 맺으면서 목회와 교회 성장에 관한 비전을 구체화했다”며 “특히 오중복음과 삼중축복과 같은 영적 메시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본인의 목회 철학에 녹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제가 사역을 맡은 이후에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교회와 신앙 공동체를 세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하네스 나후웨이의 아버지이자 초대 담임목회자인 야곱 나후웨이(1947~2021) 목사는 세계교회성장대회(CGI)를 통해 한국교회 예배 순서나 시스템을 현지 교회에 착안했다. 세계 교회의 성장 모델을 보고 자란 교회는 자연스레 현지교회에 초점을 맞췄다. 교회성장연구소를 설립하곤 지역 목회자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나후웨이 목사는 내년 목회자의 신학 공부를 위한 아카데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교회는 복음 전파를 위해 지역 소상공인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고, 의료나 교육시설이 허술한 지역에는 병원이나 선교를 세우고 있다. 전도 대상자가 자진해서 교회에 발을 들이게 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법적으로 직접적인 전도가 안 되기 때문이다.


나후웨이 목사는 “무슬림들이 스스로 교회에 출입할 수 있도록 천천히 관계를 맺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교회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용서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슬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가르침을 교회에서 경험하는 것이 이들에게 강렬한 메시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후웨이 목사는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노동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증가하는 현지 이주민들이 ‘복음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이들 이주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진다면, 이들이 귀국할 때 복음의 전도사로서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인터뷰 말미. 나후웨이 목사는 한국교회를 향한 기도 요청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교회가 연합해 어떻게 선교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교회 내부의 미비한 행정 시스템도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인도네시아 기독교 부흥을 위해 한국 성도 여러분의 뜨거운 기도 부탁드립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