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러’ 박재혁이 복기하는 BNK전

입력 2025-04-17 01:14 수정 2025-04-17 10:03
LCK 제공

젠지 ‘룰러’ 박재혁이 앞으로 더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젠지는 1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BNK 피어엑스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 후 5전 전승을 달리면서 리그 선두를 지켰다.

이기긴 했으나 어려운 게임을 펼쳤다. 첫 세트, ‘랩터’ 전어진(나피리)에게 초반 킬을 헌납한 댓가를 톡톡히 치러서 완패했다. 바텀 듀오가 빠른 갱킹에 당한 게 패배의 스노우볼로 이어졌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박재혁 역시 “이겨서 기쁘기도 하지만 실수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텀 듀오가 첫 세트 초반 갱킹에 당한 걸 특히 아쉬워했다. 박재혁은 미스 포츈, ‘듀로’ 주민규는 브라움을 뽑았고 상대 바텀 듀오는 바루스와 노틸러스를 잡았다. 젠지 바텀 듀오가 초반 딜 교환을 통해 이득을 봤지만, 전어진의 빠른 갱킹에 킬을 내줘 상정해놨던 라인전 구도가 무너지고 말았다.

박재혁은 “우리가 라인전에서 이겼다고 봤다. 상대가 갱킹으로 승부수를 띄울 만한 타이밍이어서 나피리의 갱킹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2대 3으로도 버텨볼 만한 구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텀 듀오 간 호흡이 어긋나서 결국 내가 죽은 게 치명적이었다. 커서는 안 되는 챔피언(나피리)이 커버렸고, 바텀 주도권도 잃어버리면서 게임에 답이 없어졌다. 상대의 실수 없이는 역전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박재혁은 2세트에서 애쉬·레나타 글라스크 조합으로 앞선 세트에서의 실수를 만회했다. 초반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궁극기 마법의 수정 화살을 이용한 주도적인 플레이메이킹으로 시리즈를 동점으로 되돌렸다. 밴픽 단계부터 설정해놓은 게임 플랜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서 만든 승리였다.
LCK 제공

박재혁은 “1세트가 끝난 이후 정신을 못 차렸다. 한동안 집중을 못 했다”며 “정신을 차린 뒤 우리가 블루 사이드에서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챔피언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바텀 주도권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고, 신 짜오의 강점을 살려 오브젝트 싸움을 하는 게임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젠지의 조합은 암베사·신 짜오·빅토르·애쉬·레나타. 박재혁은 “후반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중반에 가장 강력한 조합이었다. 신 짜오와 애쉬로 상대를 밀어내는 힘이 강했다”며 “전령 타이밍에 무조건 싸우고 싶었다. 상대가 싸움에 응해주면서 이득을 봤다”고 복기했다. 아울러 “바텀이 주도권을 더 잘 살렸다면 모든 오브젝트를 챙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3세트에서는 진을 골라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BNK가 고른 자이라 정글을 진으로 괴롭힐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다. 진이 ‘캐니언’ 김건부가 니달리로 날뛸 때 필요한 발판 역할도 할 수 있는 챔피언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아이템 빌드는 지난 13일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선택했던 것과 같은 요우무의 유령검→고속 연사포. T1 ‘구마유시’ 이민형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 박재혁은 “기존 징수의 총을 1코어로 사는 아이템 빌드는 생각보다 대미지가 세지 않다. 아이템이 비싸기도 하다”며 “‘구마유시’ 선수가 진으로 요우무와 고연포, 무한의 대검을 사는 걸 보고 나도 시도해봤더니 생각보다 대미지도 괜찮고 유틸성도 좋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젠지는 오는 19일 OK 저축은행 브리온 상대로 6승에 도전한다. OK 저축은행의 사령탑은 젠지의 전 감독이자 그의 은사인 최우범 감독이다. 연초 LCK컵에서 ‘2025년 젠지호’에 첫 패배를 안겼던 상대인 만큼 평소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지난 LCK컵에서 최 감독님에게 졌다. 그래서 이번엔 꼭 이기고 싶다”면서 “오늘 스스로도 플레이가 아쉬웠다. 특히 1세트가 많이 아쉬웠다. 다음 OK 저축은행전에선 오늘보다 나아진 모습,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