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다시 쾅…종려주일 예배 다 드리지 못하고 대피한 교회

입력 2025-04-17 00:03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인 수미의 한 침례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이 지난 13일 종려주일 예배 도중 폭발음에 놀라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는 장면. 영상 캡처


성 주간이 시작되는 종려주일 예배를 드리던 우크라이나의 한 교회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폭격 피해를 본 당시를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폭발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참극으로 주일 예배에 오던 길에 한 기독교인 가족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미국 기독교매체 프리미어크리스천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인 수미의 한 침례교회의 내부가 담겼다. 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종려주일 예배를 드리던 도중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녹화된 화면은 마구 흔들렸다. 유리 파편이 튀어 예배가 잠시 중단됐지만, 성도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창문 밖 등 바깥 상황을 살폈다. 안도한 것도 잠시, 2차 폭발음으로 당황한 성도들은 의자에서 일어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성도들은 종려주일 예배를 마치지 못한 채 목사의 안내에 따라 지하로 대비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인 수미의 한 침례교회의 성도들이 지난 13일 종려주일 예배 도중 폭발음에 놀라 소리 나는 바깥쪽을 쳐다보는 장면. 영상 캡처


부활절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야 할 시기에 이뤄진 대규모 공습에 교계는 일제히 규탄 메시지를 내놨다고 미국 침례교단 매체인 뱁티스트스탠다드가 15일 보도했다. 종려주일 예배를 중단한 교회는 현지 침례교단의 소속 교회로 알려졌다.

미국 침례교세계여성연합(BWA)은 “무자비한 폭력 사태에 마음이 아프며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며 “고통받는 자매, 형제들과 함께 기도해 줄 것을 전 세계 침례교 가족에게 요청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교회·종교단체협의회도 “인간 생명의 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은 물론이고, 기독교와 유대교의 명절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며 “모든 이들이 우크라이나의 진실 승리와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미국 남침례교 평신도사역자인 다니엘 달링은 “종려주일 예배에 참석하러 가던 남편, 아내,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위험에 처한 우리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러시아 공습으로 수미 지역에선 최소 35명이 사망했고 120여명이 다쳤다. 종려주일 예배를 중단한 교회는 폭격 지점에서 불과 9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