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대통령실·국회가?… 또 꿈틀대는 세종 집값

입력 2025-04-16 17:39

지난 3년여간 침체를 면치 못한 세종시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권 후보들이 세종으로 ‘행정수도 이전’ ‘대통령실 및 국회 이전’ 등을 언급하자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도시 집값이 정치권의 발언에 과하게 급등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16일 올해 3월 세종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87건으로 지난 1월(266건) 대비 2.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거래총액도 3510억원으로 1월(1252억원)보다 2.8배 늘었다. 지난 11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다.

이는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국 기준으로 3월 거래량은 1월보다 1.7배, 거래총액은 2배 늘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슈로 2~3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서울도 거래량·총액이 2.3배씩 올라 세종보다는 상승률이 낮았다.

세종 부동산 소비자 심리도 꿈틀대고 있다. 국토연구원 ‘3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서 세종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1.7로 지난 2월(105.1) 대비 16.6 포인트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지난해 3월(95.3)과 비교하면 26.4 포인트 올랐다.

직방은 “가격 조정 이후 저가 매물이 소화된 영향이 있고,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 기대감도 거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최근 2~3년간 부동산 가격 조정이 있었고, 가장 큰 것은 역시 행정수도 이전이나 국회·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주요 정당과 후보들은 행정수도 이전, 대통령실 및 국회의 세종 이전 등을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전 대표의 지시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세종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새로운 지방시대 구상을 내놨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지난해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은 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거론했다.

세종 부동산시장은 과거에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나올 때 출렁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2020년 한 해에만 44.39% 급등했다. 당시 집값 폭등기 초입이긴 했지만, 전국 평균(7.57%)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최근에도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급히 거둬들이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물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12일간 매물이 10.1% 감소(7598건→6836건)했다. 세종시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는 전용 99㎡가 지난 3월 29일 13억2500만원(35층)에 거래돼 지난 2월 8일 거래가 10억8000만원(5층)보다 22.7% 올랐다.

문제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정치권 발언에 과하게 급등락을 거듭한다는 점이다. 함 랩장은 “도시 자체가 행정기능 이전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고, 정책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집값이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인근 수요를 빨대처럼 빨아들였다가 정체 상태가 되면 빠져나가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