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채 8기 아나운서 출신으로 오랜 시간 9시 뉴스 앵커로 활약하며 대중과 소통한 신은경(66) 권사는 은퇴 후인 지금도 ‘메신저’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뉴스를 전하던 입술은 하나님의 말씀을 낭독하며, 다른 기독교인들과 함께 말씀을 손으로 써 내려간다. 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성경 한 장을 필사하며 하루를 살아갈 말씀 한 구절을 얻는다. 말씀이 곧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라며 미소지었다.
그의 말씀 전파 사역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채널 ‘위드바이블(With Bible)’에서 성경 66권 전체를 낭독한 ‘성경 읽는 신 권사’ 시리즈는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며 많은 이들을 위로했다. 말씀을 쓰는 일인 필사는 그의 오랜 신앙 습관이자 또 다른 전도 영역이었다.
신 권사는 2021년 ‘어 성경이 읽어지네’ 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온라인에서 수강생과 성경 통독과 필사를 함께 한다. 잠언과 시편을 하루 한 장씩 읽고 묵상하며 써 내려간 말씀 필사집 ‘잠언 읽고, 잠언 쓰자’, ‘시편 읽고, 시편 쓰자’를 2023년부터 해마다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을 계기로 시작된 ‘잠언 필사방’은 현재 5기까지 이어지며 말씀을 쓰고 나누는 신앙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신 권사는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사명은 ‘메시지’”라며 “동역자들과 함께 하루 한 장의 말씀을 쓰고 나누는 일이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 권사는 아침마다 3페이지 분량을 자유롭게 쓰는 습관을 700일이 넘도록 유지하고 있다. 그는 필사를 단순한 습관이 아닌 ‘말씀과의 동행’으로 여긴다. 필사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손을 씻는 것이라고 했다. “손에 기름기나 먼지가 있으면 글씨가 잘 안 써져요. 필사는 저에게 작은 예식처럼 시작됩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혼자 집중할 수 있는 틈새 시간도 활용한다. 필사 도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중학생 시절부터 라디오 음악방송에 사연을 보내며 글쓰기를 즐겼고 아나운서 시절엔 이해인 수녀의 시를 원고지에 필사하곤 했다. 직접 중구 을지로 인쇄소에 들러 아이보리색 원고지 형태의 필사 노트를 제작한 적도 있다.
신 권사는 “말씀을 억지로 외우려 하지 말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에 밑줄 긋고 색깔 펜으로 표시해두라”고도 조언한다. 반복해서 필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를 떠올리며 쓰는 것”을 권한다. 그는 “지난달엔 시편 필사를 마친 책에 아가서 6장 10절과 함께 축복의 메시지를 적어서 미국에 있는 딸에게 선물했다”며 “전도의 도구로도 추천한다”고 했다.
자신을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작은 화병”이라 표현하는 그는 “하나님은 때로는 형형색색의 꽃을 담기도 하고 모양을 위해 깍아내기도 하며 우리를 빚어가신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의 바탕에는 인생 말씀으로 삼고 있는 시편 118편 17절이 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리로다”는 말씀은 신 권사에게 고난의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살리셨다는 믿음의 고백이자 버려진 돌 같던 인생이 머릿돌로 쓰이리라는 확신을 담고 있다.
신 권사는 앞으로도 요한복음, 전도서 등 다른 성경도 필사하며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과 청년들에게도 하루 한 장의 필사에 도전해보길 권했다.
“바쁜 시간 가운데 잠깐이라도 성경 한 장을 필사하면 마음에 남는 한 구절이 생기고 그 말씀을 붙잡고 신앙으로 살아갈 힘이 생겨요. 일상의 작은 대화 속에도 하나님의 은혜는 스며있으니까요.”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