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한창인데’…中청두에 ‘민주주의·정치개혁 요구’ 현수막

입력 2025-04-16 10:57
중국 쓰촨성 청두의 도심 육교에 걸린 반체제 현수막. X캡처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육교에 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엄격한 통제사회인 중국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내부 단합과 애국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은 15일 소셜미디어 X의 ‘리선생은 네 선생이 아니다’ 계정을 인용해 이날 새벽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청두의 한 육교에 흰 바탕에 붉은 글씨가 써진 3개의 현수막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현수막 내용은 각각 “중국은 누가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 민주주의가 바로 방향이다” “국민은 권력을 견제받지 않고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정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치체제 개혁 없이는 민족 부흥도 없다”였다.

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주장하는 중국인은 ‘리선생…’ 계정에 현수막 사진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 “1년간 준비했다. 널리 확산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현수막을 내건 곳은 청두 차뎬쯔 고속터미널 외부 육교이고 A4용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현수막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 이메일에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고 있는데 멈춰서는 사람도 많다” “아마 곧 잡힐 것이다”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리 선생…’ 계정은 이날 저녁 7시 58분 현재 이 인물과 13시간째 연락과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에선 2022년 10월 13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기간 중 인터넷명 ‘펑자이저우’로 알려진 반체제 인사 펑리파가 베이징 하이뎬구 스퉁차오 위에 “지도자가 아니라 투표권이 필요하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어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그해 말 코로나19 팬데믹 봉쇄에 항의하는 ‘백지시위’를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 30일에도 후난성 신화현 번화가의 한 육교 위에 펑자이저우를 모방한 문구가 적힌 흰색 현수막 두 장이 걸렸다. 현장에서는 현수막 표어를 반복 낭독하는 녹음 내용도 재생됐지만, 게시자가 누구인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