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협, “한국교회,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 희망 돼줘야”

입력 2025-04-15 21:00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대표회장 지형은 목사·사진)가 15일 ‘2025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고 탄핵 정국 이후 우리 사회가 맞이할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 희망이 돼 줄 것을 요청했다.

한목협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탄핵 정국과 123일 만의 탄핵 인용 및 대통령 파면으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지만 세계가 대한민국이 가진 민주주의의 역동성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섭리와 이끄심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기독교 정체성의 심장이자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며 “부활은 모든 것을 버리는 자기희생의 겸손, 무섭도록 엄정한 공의의 사랑, 이로써 열리는 하나님 나라의 평화”라고 밝혔다.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 부활이 지닌 의미가 성도의 삶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제언으로 이어졌다. 한목협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의 강림에 담긴 뜻이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믿음의 행동으로 나타나길 바란다”며 “이는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자각이자 회개, 헌신”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향한 기대와 책임도 언급했다. 한목협은 “대선 과정의 모든 상황과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모든 일을 통해 법치의 민주주의가 든든히 세워지며 공의와 사랑이 넉넉하기를 기도한다”며 “걸어갈 길이 아직 멀지만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뤄가며 미래의 비전을 세워가자”고 권면했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장 16절의 이 말씀이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와 오늘날의 세계에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년 12월 3일의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소추와 123일 만의 탄핵 인용 및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법치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현상이 더디고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행동은 든든합니다. 세계가 대한민국이 가진 민주주의의 역동성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이끄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교회 역사는 교회가 존재하는 사회나 문화권의 일반 역사와 떨어질 수 없습니다. 교회는 현실 세상 한가운데 현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교회의 신앙적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신앙고백에 근거를 두고 있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교회의 사회적 연관성은 일반계시의 가치에 헌신하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기독교 정체성의 심장입니다. 부활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가장 큰 복이요 선물입니다. 이천 년 전에 역사 한가운데서 발생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인류 구원의 큰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러나 부활의 사건이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당시 상황에 관한 성경의 기록, 특히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한 사복음서 곧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보면 사람들은 부활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서 따랐던 내부자들인 열두 제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군중은 예수님을 보고 그 기적에 열광하며 위대한 권력을 가진 메시아(구원자)가 나타났다고 환호했습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것을 상실한 실패와 좌절의 십자가는 그들이 생각한 구원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인류 구원의 통로로 삼으셨습니다. 그 길을 통해서만 부활에 이를 수 있음을 세상에 보이셨습니다. 권력, 폭력, 증오, 배제, 독단, 독재, 독점 등이 결코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계시하신 것입니다.

부활은 모든 것을 버리는 자기희생의 겸손, 무섭도록 엄정한 공의의 사랑, 이로써 열리는 하나님 나라의 평화입니다. 예수님이 부활의 몸으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면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부활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해가 확신으로, 확신이 믿음의 행동으로 작동하는 데는 하나님의 각별한 은혜가 또 필요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에 오시는 성령의 강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의 강림에 담긴 뜻이 무엇보다 먼저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믿음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이는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자각, 회개, 헌신입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인 그리스도인의 이런 삶을 통해서 부활이 주는 희망이 우리 사회와 오늘의 세계에 넉넉하기를 바랍니다.

대선 과정의 모든 상황과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모든 일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법치의 민주주의가 든든히 세워지며 공의와 사랑이 넉넉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걸어갈 길이 아직도 멉니다.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가며 문명사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미래의 비전을 세워가야 합니다. 부활의 주님께서 은혜를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후 2025년 부활절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지형은 목사 올림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