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청년 예술팀 ‘돗가비콘텐츠’가 2024년 지역대표예술단체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선보인 첫 창작뮤지컬 ‘옥뱅이뎐’은 지역 전통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으로, 관객과의 새로운 접점을 시도한 작품이다. 옥뱅이뎐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돗가비콘텐츠의 창작 방향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돗가비콘텐츠는 2023년 창작뮤지컬 옥뱅이뎐의 쇼케이스 공연을 진행했다. 이 공연은 돗가비콘텐츠와 옥뱅이뎐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무대로, 인천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서도소리 ‘배뱅이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뮤지컬 옥뱅이뎐의 기획은 2021년, 이새봄 대표가 ‘배뱅이굿’ 공연을 관람하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작품 속 배뱅이가 연인 상좌중을 3년 동안 기다리다 상사병으로 사망하는 장면에서,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수동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뮤지컬 ‘옥뱅이뎐’이다. 돗가비콘텐츠 이새봄 대표는 “기존의 배뱅이굿이 지닌 서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전통예술의 의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부단히 고민했다. 무엇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배뱅이를 그려낸다면, 오늘날의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돗가비콘텐츠 최민우 전통감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감각과 가치관을 담아 새롭게 풀어낸다면 전통 예술이 오늘날의 관객들과도 깊이 소통할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음새를 찾는 것이 어려웠지만, 옥뱅이뎐을 통해 보여드렸다”고 전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이새봄 대표는 인천문화재단의 ‘인천형 예술인 지원사업’에 선정돼 ‘옥뱅이뎐’의 창작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차 연도에는 ‘배뱅이굿’에 대한 조사와 대본 초안 구축을 통해 작품의 기초를 마련하고, 전문가 자문과 창작 역량을 강화도 병행했다. 2차 연도에는 본격적인 공연 제작 단계에 돌입해 대본 수정, 작곡, 안무, 홍보 콘텐츠 개발 등의 제작 과정을 거쳐 쇼케이스 공연을 완성했다.
또한 2023년 쇼케이스를 함께 준비한 창작진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인천에서 완성도 있는 콘텐츠로 지역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뜻을 모아, 향후 장기적인 창작 활동을 위한 문화예술단체 ‘돗가비콘텐츠’를 출범했다.
주요 창작진으로는 작·연출 이새봄, PD 고다연, 작곡·음악감독 이솔, 안무감독 한지은, 전통감독 최민우, 장단코치·음악조감독 이정현이 참여했다. ‘옥뱅이뎐’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인천 지역 청년 창작자들이 뜻을 모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