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된 제주4·3, 프랑스 시민과 아픔·희망 공유

입력 2025-04-15 15:03 수정 2025-04-15 15:14
지난 9일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개막한 ‘제주4·3 국제 특별전’에서 한 시민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가운데 4·3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한 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9일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개막한 ‘제주4·3 국제 특별전: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이 현지인의 관심 속에 15일 폐막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시장에는 1만4673건의 4·3기록물 가운데 핵심 사료 복제본을 게시했다. 생존자의 증언, 불법 군법회의 기록물, 정부 공식 문서 등 4·3의 실상을 증언하는 문서들이다.

방문객들에게는 제주의 정방폭포가 그려진 이명복 작가의 작품 ‘기다리며’를 엽서로 제작해 배포했다. 정방폭포는 제주의 주요 관광지이자 4·3 당시 많은 사람이 죽은 학살 현장이다.

개막식에는 주프랑스한국대사관과 주프랑스한국문화원, 파리한글학교 관계자, 교민, 현지 외국인 등이 참석해 제주4·3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전시회가 열리던 지난 11일(현지 시각)에는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제주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의미를 더했다.

오페라 ‘순이삼촌’에서 예술총감독과 주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강혜명씨의 아리아 공연은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전시장을 찾은 한 프랑스인은 “한국 현대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극을 알게 됐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4·3을 해결해 온 제주도민의 노력이 인상깊다”고 말했다.

특별전에는 소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작가가 일정을 함께했다. 현 작가는 “제주4·3의 기억과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의미는 인류가 제주4·3을 통해 전쟁과 국가 폭력의 잔혹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프랑스 마르망드 시의 한 영화관에서 제주4‧3평화재단이 제작한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영상 상영회가 열린다. 사진은 행사 포스터. 제주4‧3평화재단 제공

프랑스 현지 시각 15일 저녁에는 제주4‧3평화재단이 제작한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영상 상영회가 프랑스 마르망드시 영화관에서 열린다.

이번 상영회는 이달 14~17일까지 프랑스 마르망드시와 마르망드 오페라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오페라와 아시아’ 주제 4월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해외 첫 상영회가 되는 이번 행사를 위해 영상을 무료로 제공했고, 마르망드시는 많은 프랑스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 상영회로 진행하기로 했다.

영화관에서는 4‧3을 알리기 위한 별도 부스가 운영된다. 부스에는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원작 소설을 쓴 현기영 작가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소개 현수막을 게시한다. 현수막에는 최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소식도 담았다.

부스 방문객에게는 ‘한눈에 보는 4‧3(불어)’ 리플릿과 4‧3을 상징하는 동백 배지를 나눠줄 계획이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프랑스 마르망드 시민과 수준급 성악가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4‧3창작오페라 영상을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문화예술콘텐츠를 통해 제주4‧3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은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아트센터가 공동기획해 제작했다. 2020년 초연해 제주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부산문화회관 등에서 공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