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세상] 작은 출판의 세계…읽는 기쁨을 주는 일

입력 2025-04-15 12:47 수정 2025-04-15 13:37
‘몽스북’을 운영하는 안지선 대표가 지난해 출간한 ‘읽는 기쁨’을 들어 보이고 있다.

“책은 도끼다.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프란츠 카프카)
서울 강남구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판사 ‘몽스북’을 운영하는 안지선(49) 대표는 매월 ‘도끼’를 만든다. 2019년이었다. 18년간 일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출판사를 차린 게. 잡지사를 다닐 때부터 사람이 가진 고유한 개성을 찾아내 ‘상품화’하는 일을 곧잘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저자 발굴에 최적화한 재능이란 생각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저자 발굴, 기획,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하는 1인 출판사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5년간 잡지 편집장으로 일한 경험으로 버텼다.

안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지나온 시간의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짧으면 6개월, 길면 2~3년이 걸린다. 온갖 노력을 기울여 만든 책이 서점에 깔리면, 기뻐할 새도 없이 다음 단계로 돌입한다. 관심을 끌고 언론이나 SNS에 거론되도록 하는 ‘홍보의 시간’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에 납본된 신간 도서는 6만2865종에 이르렀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6만권에 달하는 신간 사이에서 독자 눈에 띄려면 마케팅은 필수다. 더욱이 대형출판사와 경쟁을 한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1인 출판사는 여기에서 좌절한다. ‘몽스북’은 초창기부터 마케팅 전문회사와 협업했고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안지선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몽스북’ 사무실에서 한정덕 대표, 김경민 과장과 회의를 하고 있다. '몽스북'은 초기부터 마케팅 전문회사와 협업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 한 대표, 김 과장, 안 대표.

‘몽스북’에서 내놓은 첫 책인 ‘쓸모인류’는 10여 년을 알고 지내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에 사는 ‘빈센트’ 할아버지의 일상을 담았다. ‘빈센트’의 생활방식이나 철학이 독특해 책으로 내고팠지만, 한국말이 서툴다는 큰 장애물이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인터뷰 형식으로 글을 쓰자고 제안했고 ‘빈센트’ 이야기는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쓸모’라는 단어를 넣은 책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첫 책의 성공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작가로 등단시키는 일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한다. 남다른 부부개념을 지닌 편성준 작가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펴냈고, 광고전문가 이근상 대표의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도 작업했다. 두 책은 몽스북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개그맨 김태균, 방송인 서정희, 배우 김지호, 발레리나 김지원 등을 발굴해 그들 안에 있는 언어를 끄집어내려 했다.

안 대표가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인쇄소 ‘더블비’에서 인쇄된 책의 내용과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안 대표가 책을 만들며 가장 고민하는 것은 ‘저자가 가진 콘텐츠 중 무엇을 키 메시지로 만들어 독자와 소통하게 할 것인가’이다. 크게는 지금 시대에, 작게는 지금 시장에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끊임없는 고민 한다고 했다.


18년간의 잡지 생활은 비주얼과 디자인에 관한 관심과 안목을 높여주었다. 빈티지 가구 책 ‘마이 디어 빈티지’, 사진작가 김용호의 ‘포토 랭귀지’, 골동품 그릇 책 ‘나의 앤티크 그릇 이야기’, 디자이너 조희선의 ‘인테리어 스타일링 바이블’ 등이 잡지 경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안 대표는 작은 출판사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속 가능성’ ‘꾸준함’을 꼽는다. 몽스북은 6년간 40여권을 출판했다. 10쇄 이상 찍은 책도 몇 권 있고, 대부분은 2, 3쇄 이상 찍었다고 하니 승률이 좋은 편이다. 안 대표는 “이 책이 성공할까? 결과를 생각하고 만들면 하기 힘든 일입니다. 노력에 비례해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겨야 꾸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