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에 대해 전 세계적인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자, 트럼프가 의회를 우회해 관세를 결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공방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미국 법률단체인 자유정의센터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기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5개의 기업을 대리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탓에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IEEPA가 대통령이 국가 안보나 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경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유정의센터의 선임 법률 고문 제프리 슈왑은 성명을 내고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금을 한 사람이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헌법은 세율 설정 권한을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관세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에도 시민단체인 ‘신시민자유연맹(NCLA)’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재료로 플래너를 제작·판매하는 플로리다주의 한 기업을 대리해 플로리다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됐다. NCLA 측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법률이 허용하지 않는 전면적인 대중국 수입품 관세를 비상 권한을 이용해 부과함으로써 권한을 남용했다”며 “관세를 규제할 권한을 가진 의회의 권리를 침해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권력 분립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도 관세정책을 두고 오락가락 애매모호한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일시적인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특정한 물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업체 일부를 돕기 위한 뭔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동차 회사에 대해 “그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에서 만들기 위해 (생산을) 전환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트럼프의 품목별 관세 정책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지난 3일부터 발효됐다. 다만 엔진, 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다음 달 3일 이전에 발효된다.
트럼프는 스마트폰에 관세가 면제되느냐 질문에도 “내 마음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뭔가 나올 수도 있다”며 “나는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이야기를 했다. 나는 최근에 그를 도왔다. 나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것으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한 신호로 해석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