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0년 개근 삼총사 “한국 실내악 발전 기여했다는 자부심”

입력 2025-04-15 04:30
올해 20회를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20년간 개근한 비올리스트 김상진(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김영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서울을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 20회를 맞았다. 매년 4~5월 사이에 약 2주간 열리는 SSF는 국내에서 실내악을 활성화하는 한편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에게 클래식 향유 기회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오는 22일부터 5월 4일까지 13일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윤보석 고택 등에서 14회의 공연이 열린다. 14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올해를 포함해 20년간 개근한 세 아티스트가 참석했다. 바로 예술감독 강동석, 비올리스트 김상진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영호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축제가 20회까지 이어질지 몰랐다. 올해 1년 무사히 치르고 나면 다음 1년 잘 치르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년 전과 비교할 때 요즘엔 젊은 연주자들이 실내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SSF가 한국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SSF는 프랑스 쿠쉐빌에서 열리는 ‘뮤직 알프 페스티벌’ 예술감독이기도 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한국에서 실내악을 꽃피우고 싶다”는 포부로 2003년 시작한 ‘뮤직 알프 페스티벌 인 서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재정난으로 2년밖에 열리지 못했지만, 예술 애호가들의 후원과 서울시의 지원으로 2006년 SSF로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고택 음악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 음악회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상징과도 같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김영호는 “요즘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 실내악단이 여럿이지만, 20년 전엔 실내악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한국 실내악의 성장에 SSF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SSF와 20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상진은 “SSF의 20년 역사는 강동석 선생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솔직히 강 선생님에게 사업가적 기질은 없지만 연주자들, 스태프들, 후원자들이 그 음악적 이상을 따랐기 때문이다. ‘강동석’이야말로 SSF의 색깔이다”고 피력했다.

SSF는 올해까지 포함하면 20년간 총 289회의 공연을 준비했다. 연 평균 14.5회로, 후원자 대상의 콘서트 등 공개되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평균 15회를 넘긴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제 무대에 오른 예술가(단체)는 총 403명이다. 그룹이나 앙상블 등 단체도 1로 카운트한 만큼 실제 참여 인원은 1000명에 가깝다.

지난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가한 연주자들이 윤보선 고택에 모였다. (c)Taeuk Kang

김상진은 “페스티벌의 명성이나 가치는 서서히 쌓이는 것이다. SSF는 70대부터 1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연주자들이 참여한다”면서 “적은 개런티에도 함께 모여서 연주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호는 “강동석 선생님은 매년 우리가 모르는 곡을 찾아내서 제시한다. SSF가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연주자로서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히 SSF는 앞으로 스타로 성장할 어린 연주자들을 미리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왔다. 학생 시절의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조성진, 이혁 등이 SSF를 거쳐갔다. 그런가 하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직전 SSF에 참여했는데, 콩쿠르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해 우승했다.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는 SSF에서 연주한 바로 그 곡이었다.

김상진은 “2009년 어린 학생들이었던 조성진(피아노), 애나 리(바이올린), 이화윤(비올라), 조민석(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와 함께 멘델스존 6중주를 연주했다. 당시 함께했던 학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면서 “또 선우예권은 2017년 SSF에서 함께 연주할 때 콩쿠르를 앞두고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걱정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반 클라이번에서 우승해 다들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올해 20회를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20년간 개근한 피아니스트 김영호(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예술감독, 비올리스트 김상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 SSF의 주제는 스무 살을 축하하는 ‘20 Candles(촛불 20개)’다. 20명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고(4월 23일 ‘20 for 20’), 여러 작곡가의 ‘작품번호(Opus) 20’ 곡들을 듣고(4월 27일 ‘Opus 20’), 작곡가들이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위주의 연주자들이 선보이는(5월 3일 ‘달콤한 20대’) 등 20년의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

김상진은 “실내악은 작곡가의 내면을 담은 장르다. 한번 맛을 들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 나라의 실내악 수준이 문화의 척도에 비례한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동석 감독은 “실내악은 음악가들에게 가장 도전하고픈 장르이자 좋아하는 장르다. 특히 SSF에서 2주간 함께 생활하며 작품을 같이 연주하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 실내악의 맛을 관객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