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정밀 지도 반출 요구에 분주해진 네이버…‘외국인 잡기’ 사활

입력 2025-04-15 05:00
네이버 비로컬(BE LOCAL) 서비스 포스터. 네이버 제공

구글이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구하며 국내 지도 서비스 강화를 준비하자 네이버가 대응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이용하도록 예약 등에 필요한 서비스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풍부한 국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장소 추천 기능도 시험한다. 다만 지도 반출이 허가되면 외국인에게 익숙한 구글 지도에 네이버가 맞서기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네이버는 14일부터 외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국내 인기 관광 지역의 핫플레이스(명소)를 소개하는 ‘비 로컬(BE LOCAL)’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은 20·30대 국내 사용자가 가장 많이 저장한 장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국인에게 음식점·카페·패션·복합문화공간 등을 소개한다. 상반기 중으로는 외국인 사용자들이 네이버 회원가입 없이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에게는 네이버 가입 조건을 완화해 휴대전화 인증 등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와 이벤트에 관심이 많다”라며 “국내의 실사용 데이터가 많은 네이버 지도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동안 국내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던 구글 지도가 네이버지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지도는 교통·길찾기 앱 점유율 56.2%를 기록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구글에 정밀 지도 반출이 허가되면 네이버가 점유율 1위를 수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야후 맵’ 역시 네이버 지도처럼 국내 이용자는 많지만 외국인 관광객 공략에는 고전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의 지원 언어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에 그쳐 외국인 사용자 유치에 역부족이란 목소리도 있다. 네이버가 현재 지도에 등록된 업체의 상세 정보와 이용 후기를 외국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등 관련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4개 언어에 한정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동남아시아 관광객 등을 공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부담을 없애주는 구글 지도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