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교회공간 탐구 21] 중장년 및 시니어를 위한 공간

입력 2025-04-14 17:11
유소년과 청소년 및 청년을 위한 공간이 비교적 짧은 성장 단계를 다룬다면, 중장년과 시니어를 위한 공간은 훨씬 더 넓은 시기를 아우릅니다. 일반적으로는 40세부터 64세까지를 중장년, 65세 이상을 시니어로 구분합니다. 물론 이러한 연령 기준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2015년 유엔이 제안한 연령 구분에 따르면 18세부터 64세까지를 ‘청년 및 중년’, 65세부터 79세까지를 ‘시니어’, 80세 이상을 ‘노년’으로 구분합니다. 이 기준은 기존보다 전체 연령대를 상향 조정한 셈인데, 단순히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의료 기술과 복지, 생활 환경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이전보다 활동적인 중장년과 시니어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쿄대학교 노화의료연구소 나가오카 다카시 박사는 “이전 세대의 60세는 지금의 75세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며, 단순한 나이 구분만으로는 사람들의 실제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통계상의 구분에 머물지 않습니다. 공간을 계획할 때도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각 연령대의 생활 방식과 사회적 역할, 움직임의 성격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특히 최근들어 Active Senior 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교회공간 내에서도 시니어층의 Activity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다양하고 유연하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자리와 혼자 머물 수 있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함께 구성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쉬거나, 누군가와 짧게 대화를 나누거나, 가만히 머물다 조용히 자리를 떠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공간은 점점 더 익숙한 장소가 되어갑니다.

예배 시간 외에도 교회를 찾고 싶어지는 계기는 이런 공간에서 만들어집니다. 공식적인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혼자서 혹은 소그룹으로 편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고 휴식을 취하면서 교제할 수 있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교회가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닌 자유롭게 머무르며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인식되게 됩니다.


중장년 및 시니어를 위한 공간 설계 시 고려 사항
중장년은 교회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세대입니다. 예배나 공식적인 모임 외에도, 익숙한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교회에 들러 머물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날은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또 어떤 날은 조용히 혼자 묵상하고 기도하며 머무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대를 위한 공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교류와 휴식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열린 테이블에 여럿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동시에, 그 옆으로는 창가나 벽면을 따라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배치되어 있으면 좋습니다. 이처럼 같은 공간 안에서도 누구는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는 조용히 쉬며, 누구는 간단한 활동을 하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활동 중심이나 교제 중심으로만 설계된 공간은 오히려 머무는 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목적이 없어도 찾아올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니어를 위한 공간은 안전성과 배려가 더 필요합니다. 단차 없는 바닥과 넓은 복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동선은 기본이고, 밝지만 눈부시지 않은 조명, 눈에 잘 띄는 안내 표지판, 앉았다 일어나기 쉬운 의자처럼 작은 부분들이 공간의 전체 경험을 좌우합니다. 또한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예를 들어 가까운 위치에 응급 호출이 가능한 설비나 의료공간과 연결된 흐름이 있다면, 시니어도 교회 공간을 더 안전하게 느끼고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중장년과 시니어 층의 신앙적, 사회 문화적 필요들을 각 교회의 특성대로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면서 향후에 변화되는 프로그램을 담아낼 수 있는 가변성을 확보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양한 중장년 및 시니어를 위한 공간
샌프란시스코의 Dr. George W. Davis Senior Center는 시니어가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꼭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지역 어르신들이 편하게 들러 쉬고 머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공간은 기능 중심으로 구분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누군가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등, 각자의 이용 방식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구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한 공간 안에서도 다양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여가나 취미활동을 위한 공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으며, 활동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비공식적인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사용자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든, 혹은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간 일부로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건물 전체는 하나의 흐름 안에 구성되어 있습니다. 복도, 라운지, 활동실, 식당, 마당이 단절 없이 이어져 있어 사용자 동선이 복잡하지 않고, 어디에서든 자연스럽게 다른 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간의 목적을 명확히 나누기보다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이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계획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밀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센터는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하나의 구조 안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생활 반경 안에서 필요한 기능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시니어의 신체적 조건이나 생활 패턴을 고려했을 때 매우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교회 공간에서도 이러한 연계 방식은 참고할 만합니다. 단절된 활동 공간이 아니라, 머물다 갈 수 있는 생활 속의 자리로 구성하면, 이용자의 접근성이 확실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Dr. George W. Davis Senior Center는 어떤 건축적 요소를 강조하기보다, 실제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계획된 공간입니다. 일정한 목적 없이도 다시 찾고 싶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중장년과 시니어를 위한 교회 공간이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본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한 ‘Long House with an Engawa’는 시니어를 위한 데이케어는 단순한 돌봄 시설이 아니라, 시니어들이 스스로 머무르고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일상 공간에 가깝습니다. 'Engawa(縁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실내와 실외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리며, 사람들의 일상적인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체 공간은 긴 복도처럼 펼쳐진 일직선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동선 위에 다양한 프로그램 공간과 휴게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어디에서든 특별한 안내 없이 스스로 자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선에 단차가 없고 문턱이나 불필요한 구획이 최소화되어 있어, 이동이 불편한 시니어들도 혼자서 충분히 이동하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 사용을 고려한 복도 폭과 회전 반경, 앉았다 일어나기 편한 좌석 높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개방형 구조도 함께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센터는 단순히 머무는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응급 상황이나 건강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적 대응 체계와 연계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공간 곳곳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와 반응 센서를 활용한 간접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비상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출입구 동선과 접근 가능한 응급 장비 설치 등도 함께 고려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지 보호 차원이 아니라, 시니어들이 공간을 더 안전하게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설계 방식입니다.

이곳의 공간 구성은 한정된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의 상태나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와 혼자 머무를 수 있는 자리가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사람마다 다른 하루의 리듬을 이 공간 안에서 그대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저 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이 시설의 진짜 특징입니다.

이런 설계 방식은 교회 공간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배나 모임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잠시 들러서 쉴 수 있는 자리. 조용히 앉아 있다가 누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구조. 그리고 만약 긴급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함께 고려된다면, 교회는 단지 기능을 수행하는 장소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상처럼 다가올 수 있는 안전하고 열린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Long House with an Engawa’는 공간이 어떤 모양이냐보다, 누가 어떻게 머무를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계획된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복잡한 시스템이 아니라, 이용자가 공간을 편하게 인식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단순하고 명확한 설계가 놓여 있습니다. 교회 공간도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John Morden Centre는 시니어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 자발적인 생활과 교류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된 복합 공간입니다. 이곳은 의료 서비스와 복지 지원을 중심에 두되, 그 외곽을 감싸는 다양한 일상적 활동과 소통의 구조를 정교하게 배치해, 시니어가 중심이 되는 공간 경험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건물 내부는 단순한 복지 기능 공간이 아니라, 건강 프로그램, 문화 활동, 교육과 취미를 포함할 수 있는 구조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공간 구성은 폐쇄적이거나 일방적인 흐름이 아닌, 사용자가 어느 지점에서도 머무를 수 있도록 열린 순환형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도는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닌 갤러리이자 휴식처로 활용될 수 있도록 꾸며져 있고, 곳곳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작은 대화가 오갑니다. 식사 공간 또한 기능 위주의 구성에 그치지 않고, 사교와 교류를 유도하는 개방형 레이아웃으로 계획되어 있어 식사 자체가 하나의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센터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의료 시설이 별도의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진료 공간과 휴게 공간, 식사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사용자는 긴장을 내려놓고 생활 리듬 안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니어들의 상태 변화나 응급 상황을 고려해 주요 동선에는 단차가 없으며,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충분한 폭, 비상 대피가 용이한 구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조도와 음향도 세심하게 조정되어 있어 감각 변화에 민감한 시니어들이 편안하게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John Morden Centre는 교회 공간을 계획할 때도 분명한 참고점이 됩니다. 예배 공간 이외에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교류하고, 건강을 돌보거나 취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 그리고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복지나 의료적 장치가 공간 내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는 구성. 단지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익숙하게 머물 수 있는 교회라는 개념이 실현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단서들을 이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공간은 ‘기능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이라는 틀을 벗어나, 삶의 흐름을 공간으로 이어주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중장년과 시니어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기 이전에, 여전히 교회 공동체의 중심에서 관계를 이어가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한 공간도 기능 위주로 분리해서 마련하기보다, 일상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이 사례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장년과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일상 속에서의 참여'입니다. 예배나 모임이 있는 특정한 순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별다른 이유 없이도 들를 수 있고, 가볍게 앉아 머무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활동이 이어지고, 건강과 교류, 취미 같은 요소들이 얽히면서 공간은 점점 개인의 생활 반경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Sentidos Comprehensive Center for the Elderly는 그러한 접근에 적합한 사례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활동이 열릴 수 있도록 구성된 복합적 환경입니다. 의료·복지 기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으면서도, 물리치료나 재활 목적의 수영장, 조용히 쉴 수 있는 라운지, 식사와 간식이 제공되는 공용 공간 등 일상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활동과 휴식이 구분되지 않고, 사용자 스스로 머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공간 전반에 걸쳐 잘 드러납니다.

각 공간은 단독으로 기능하지 않고, 흐름 속에서 이어집니다. 휴식 공간은 대화를 위한 자리로도 활용되고, 운동 시설은 단순한 체육 목적을 넘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로 작동합니다. 특히 전반적인 배치는 단차를 없애고 시야를 개방하여, 공간 전체를 부담 없이 인식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응급상황이나 건강 문제에 대비한 구조도 함께 고려되어 있습니다. 주요 동선은 폭이 넓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복수의 공간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공간을 안전하게 만드는 동시에, 사용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Sentidos 사례는 교회 공간을 계획할 때도 실질적인 참고가 됩니다. 일상적인 방문이 가능하고, 프로그램이 없을 때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구조. 누군가는 활동에 참여하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적 도움이나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시스템까지. 이런 구조는 단지 기능적인 복지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삶을 더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이 공간의 설계는 복잡하거나 거창한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공간을 어떻게 인식할지, 어떻게 움직이고 머물지를 고려하여 조용히 계획된 구조입니다. 교회 공간 역시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배려들이 쌓여야만, 신앙 외에도 삶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