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 ‘정치중독’에서 벗어날 때다

입력 2025-04-14 17:07

노재경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정책연구위원

중독(addiction)이란 알코올 마약 등 특정 물질이나 도박 게임 등의 행동에 강한 갈망과 의존성을 느끼며 이를 반복적으로 추구하거나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사회적 관계 및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이런 ‘중독 현상’에 매몰된 느낌이다. 이른바 ‘정치 중독’ 현상이다. ‘정치 중독(political addiction)’이란 특정 이념, 정당, 정치적 인물에 과도하게 몰입함으로써 개인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관계를 해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치 중독’은 국가나 사회가 마땅히 품고 가야 할 ‘미래 비전’마저 잊게 한다. ‘나는 누구 편인가’라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따라 상대를 무조건 배척한다. 이 판단은 객관성 정의 배려 법률 등 공동체적 가치와 기준 대신 ‘내 편’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극심한 진영의 양극화를 구축하게 된다.

정치의 기능 중 최고 가치는 사회 통합 기능이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국리민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실효적 실행 전략을 구사해 나아감으로, 국민들이 일하는 자체를 행복해하고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12·3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들처럼 극심한 진영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 의견을 배척하는 농후한 확증편향의 경향은 점점 정치중독을 부추기고 있다. SNS는 분노와 대립으로 가득하고 가족 모임마저 정치 논쟁으로 얼룩지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친구들 카톡방마저 입장 차이로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고 비행기 기장과 부기장이 외국 땅에서 난투극을 벌였다는 소식은 우리 마음을 난감하게 한다. 이제 이러한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Keith E. Stanovich)는 중독을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 과다 활성화’로 설명한다. 이제 누군가 이 ‘비정상적 마음과 뇌의 활성화’를 정상화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평상적으로 만들고 사회 현상을 공동체적 가치와 기준으로 정리하며 일상의 소소한 삶을 영위하며 행복을 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숙제는 한국교회의 몫이 아닐까 싶다. 교회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구별은 하지만 분리하지 않는 원칙 하에, 인간의 본질에 대해 끝없이 성찰하게 하고 공동체를 위해 기도의 짐을 져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시대적 사명이어야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는 오늘의 아픔을 짊어져야 한다. 특정 진영에 서서 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편에서 져야 한다. 더 이상의 분열과 혼란은 안 된다. 모든 국민을 정치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사회는 빠르게 안정돼야 하고 경제는 빨리 활성화돼야 하며 정치는 개혁돼야 하고 일상은 회복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은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분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족 자멸의 길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는 이제 정치가 생명을 누르는 이 시대에 맞서 ‘생명의 길’을 열어야 한다.

두 달 후면 대통령 선거다. 치열한 혈전이 예상된다. 국민들은 정치 중독에 더 함몰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위험하다. 그리스도의 뜨거운 가슴 안에서 뛰는 사랑으로 회복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정치는 정치일 뿐’ 화합과 평화와 구원의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