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웬 주기 싫은데…괴로운 레드 밴픽

입력 2025-04-14 16:17 수정 2025-04-14 17:07
LCK 제공

정규 시즌 2주 차, 농심 레드포스는 그웬에 울고 그웬에 웃었다.

우선 울었다. 농심은 지난 11일 젠지와의 LCK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 1세트에서 현재 메타 최고 성능의 챔피언 중 하나인 그웬을 풀어줬다가 호되게 당했다. ‘탑 다이애나’를 조커 픽으로 준비해왔지만 원사이드한 게임 끝에 넥서스를 내줬다.

농심 박승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해볼 만한 밴픽이라고 선수들에게 추천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애나가 함께 뽑은 정글러 나피리의 단점, 이니시에이팅과 CC기 부재를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 뽑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며 자신의 실책이었음을 인정했다.

반면 13일 DRX전에선 웃었다. 그웬을 풀어준 상대에게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했다. 첫 세트 블루 사이드 1픽으로 OP 챔피언을 가져간 이들은 그웬이 ‘2대 3도 이기는 무적 가위’임을 입증했다. 파일럿이었던 ‘킹겐’ 황성훈은 데스 없이 4킬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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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웬을 풀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가져올 수 있었던 배경은 결국 레드 사이드의 딜레마로 귀결된다. 팀들은 레드에서 그웬만큼 성능이 좋다고 평가하는 챔피언들도 밴해야 한다. 팀마다 챔피언 티어가 다르지만 대체로 칼리스타·바루스·바이·세주아니·제이스 등을 높게 둔다. 모두 밴할 수는 없다 보니 결국 한 개는 풀어줘야 한다. 그웬을 풀면 그웬에 당하고, 바루스를 풀면 바루스를 못 막을 뿐이다.

다른 걸 밴하고 그웬을 내주는 대신 카운터가 가능한 챔피언이나 조합, 전략을 연구해오는 게 2주 차에 복수의 팀들이 찾아낸 울며 겨자먹기식 해답이자 숙제다. 박 감독은 13일 DRX전 인터뷰에서 “요즘 레드에서 그런 시도가 많다. 밴 카드가 부족하다 보니 당연한 수순이다. 언제까지고 다 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우리도 젠지전에서 다이애나를 꺼냈다. 그런 픽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블루는 1픽으로 가져갈 챔피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세트업이 중요한 진영이다. 반대로 레드는 블루를 잘 따라가며 대처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그웬 상대로 다이애나가 나오든지 하는 것이다. 교환비를 생각하며 (블루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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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팀들이 그웬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지만, 비슷하게 OP 챔피언으로 평가받는 칼리스타는 일부 팀이 카운터를 날리는 데 성공했다. DN 프릭스는 OK 저축은행 브리온 상대로 칼리스타를 풀어준 뒤 케이틀린·카르마를 고르고 긴 사거리를 이용해 라인전에서 일방적 득점을 올렸다.

혹은 칼리스타 영혼의 단짝인 레나타 글라스크를 뺏어옴으로써 박 감독이 언급했던 ‘블루 1픽의 가치’를 낮추는 선택을 한 팀들도 있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T1전에서 칼리스타를 내주는 대신 레나타를 가져왔다. DRX는 농심전에서 레나타 카드가 1세트 때 소모되자 2세트 때 블루임에도 칼리스타를 쿨하게 넘겨줬다.

밴픽 규칙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OP 챔피언 이름만 바뀔 뿐, 유사한 밴픽 구도와 레드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령 연초 LCK컵에선 스카너가 지금의 그웬 이상으로 강력하단 평가를 받았음에도 스카너를 풀고 대처하고자 한 팀들이 있었다.

당시 KT 롤스터 고동빈 감독은 “칼리스타·스카너·크산테가 고정 밴”이라며 “그런 부분을 탈피하기 위해 연습에서도 시도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팀들의 경기에서도 나올 만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