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 수술을 받았거나 심장에 보조장치를 삽입하는 등 역경을 가진 중증 심장병 환자들이 세종병원 의료진과 함께 희망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이사장 박진식)은 지난 13일 인천 계양구 일대에서 ‘세종병원과 함께하는 다시 뛰는 심장, 다시 찾은 일상 걷기대회’를 열었다고 14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인천세종병원은 물론 국내 의료기관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거나 좌심실 보조장치(LVAD) 삽입술을 받은 환자, 심부전으로 치료 중인 환자 및 가족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오랜 기간 환자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심장 분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도 변함없이 함께했다. 또 장기 기증자 유가족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심장이식 환자를 대표해 참석한 김병준씨는 “심장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세심한 보살핌, 환자의 꾸준한 노력, 꼭 낫겠다는 간절한 마음 등 3가지가 필요하다”며 “오늘은 단순히 걷기가 아닌 모두가 정보를 나누고 서로에게 희망을 전하는 날이다. 행사 슬로건처럼 우리 모두 분명 다시 뛰는 심장을 가질 수 있고 일상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유가족 대표 김보정씨는 “결혼을 앞둔 20대 딸이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났다. 기증자 가족들은 분명 아프고 슬픈 결정을 했지만 수혜자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우리 결정에 확신을 준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증자와 함께 나의 건강을 위해 행복하게 사셨으면 한다. 여러분의 몸속에서 우리 아이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장기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보였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중증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심장내과)은 “긴 치료과정을 잘 버텨준 환자 및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모든 의료진은 언제나 변함없이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걷기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먼저 인천세종병원 비전홀에서 열리는 심장이식 및 장기기증에 관한 강의를 듣고 경품추첨 등 화합행사, 스트레칭을 한 뒤 본격 2부 걷기에 나섰다. 기상악화로 당초 계획했던 코스가 아닌 까치공원 일대로 동선이 축소됐지만, 참여자들은 치료과정을 함께한 의료진 및 가족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데 기뻐하며 궂은 날씨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참여자들은 오래도록 병을 앓다 마침내 건강을 되찾은 경험을 걸음마다 새기며 다시 찾은 일상의 소중함을 시민들과 나눴다. 또 아직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심장병의 경각심을 알리고 장기기증의 중요성 등을 공유했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은 “1980년대 세종병원 설립 당시 선천성 심장병 치료를 기다리는 어린이가 아주 많았다. 제때 치료만 하면 금방 건강을 되찾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데, 편견을 깨고자 이런 어린이들을 모아 운동회를 했고 이게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했던 일화가 생각난다”며 “오늘 걷기대회도 편견을 깨고 희망을 전하는 맥락을 같이하는데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관심을 더 갖고 희망과 기다림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시금 모든 환자의 건강과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