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44) 교회에 콩닥콩닥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입력 2025-04-14 12:56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1948년생인 이재광 어르신은 언제나 주일예배 한 시간 전에 교회에 오셔서 준비합니다.

성경에는 믿음 좋은 가문 이야기도 있고 전혀 믿음이 없는 가문에서 믿음이 씨앗이 돼 새로운 믿음의 가문을 이루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보길도에서 전도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 번도 복음을 들은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중에 이곳 보길도에서 태어나 살아오신 78세 되신 이재광씨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재광 어른은 성격이 온순하시고 조용하신 분입니다. 1948년 9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셨고 당시 부모님은 시골에서는 잘사는 집으로 밥을 굶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서 스스로 겨우 초등학교만 나오시고 그런 중에 다른 이웃 섬의 김영란씨를 중매로 만나서 아들 둘을 낳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부모님 가업이 기울면서 가난한 새살림을 했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초가집에 세 들어 살면서도 섬 남자들에게 있는 나쁜 술버릇이나 가정 폭력도 없었고 두 아들도 종아리를 때린 적 없이 사랑으로 잘 키웠다고 합니다. 아들들도 의젓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일도 없이 잘살고 있다고 늘 자랑을 하셨습니다.

제가 이곳 섬에 와서 처음으로 놀랍게 느낀 것은, 믿음은 없지만 큰 굴곡이 없는 가정이 바로 재광 어르신 가정이었습니다. 나름 성실하게 사셔서 옛날 시골 기와집에서 부부가 오붓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이웃들은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이재광 어르신이 교인이 된 것은 목회자 혼자 힘이 아니라 꽃보다 이쁜 보길도 성도님들의 힘이 보태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순하고 착해도 믿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신앙은 영적인 문제이기에 일반적인 대화는 통해도 복음을 전하려 하면 어르신은 빈틈없는 방어태세로 전환하셨습니다.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시면서 멀어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먼저 믿음을 받아들인 교회 성도님과 합작으로 단단히 잠겼던 재광 어르신의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재광 어르신은 이제 교인이 되신 지 10개월째입니다. 마음이 열려서 힘들었던 지난 과거 이야기도 진솔하게 하시면서 서서히 은혜의 문턱에 이르렀습니다. 집에서 예배드리자는 제안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시며 성경 말씀에 관심을 가지고 찬송가를 좋아하십니다. 이런 적극적인 모습에 교인들과 목회자가 감동을 받습니다.

어르신은 윗대로부터 9남매 형제의 모든 집안 친척 중에 한 분도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없다 하시면서 본인이 믿게 되어 요즘 친척들에게 그 소문이 퍼졌지만 겁내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드디어 이번 부활주일에는 세례를 받기로 작정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복음은 원자탄 같습니다. 그 폭발력이 대단하고 누룩처럼 번져서 전도에 꼬리를 물고 열매가 달립니다. 그렇듯 이재광 어르신이 앞으로 그렇게 귀하게 사용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부활절은 우리 보길도 동광교회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소리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들릴 것입니다.
재광 어르신 댁의 대문은 예배자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주님은 이 분들을 반드시 쓰실 것입니다.

교회는 이번 부활주일에 두 분에게 세례를 베풀고 푸짐한 음식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성찬식도 행하며 부활절 달걀을 삶고 백설기 떡에 건포도를 듬뿍 넣고, 봄 향기 가득한 쑥떡도 같이 만들어 마을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찾아가 부활의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동안 부활절을 전혀 모르던 섬사람들이 이제 교인이 되어 예수 부활의 엄청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종려주일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왜 돌아가셨는가’ 등 부활절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때 성도들은 정확한 답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100년 전 조선 땅에 부활을 전한 선교사님들의 뜨거웠던 마음이 보길도 동광교회에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