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을 앓은 뒤 심한 근육통과 걷기 어려움, 진한 소변색 등의 증상을 보이는 ‘횡문근융해증’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괴사되면서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근 손상으로 인한 통증과 경직, 근무력감이 나타나고 소변 색이 적색이나 갈색으로 변한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4일 “소아 B형 독감과 관련된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최근 소아청소년 감염 질환의 증가로 인해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횡문근융해증은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이나 감염 질환 등으로 근육 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고 세포 속의 마이오글로빈, 칼륨, 칼슘 등이 혈액 속으로 녹아드는 질환이다.
협회는 “소아에서의 횡문근융해증은 바이러스 감염이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이는 급성 콩팥 손상(AKI)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협회가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근육통, 보행 장애, 짙은 소변 임상 건수가 78건에 달했으며 대부분 5~12세로 확인됐다. 이들 사례의 64%가 입원 치료를 필요로 했다.
협회 최용재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근육 성분 중 ‘마이오글로빈’은 콩팥에 손상을 주어 급성 신부전 같은 위험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감 후 회복 중인 아이들에서 갑작스러운 심한 근육통, 걷기 어려움, 진한 색의 소변이 나타날 경우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올해 B형 독감은 일반적으로 경증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존과 다르게 일부 아동에서는 ‘바이러스성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심각한 후유증 발생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재차 경고하고 “소아는 본인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세심한 관찰과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조기 발견 시 충분한 수액 치료와 전해질 조절만으로도 회복 가능하다. 독감 회복기에 아이가 평소와 다른 근육통이나 움직임 이상을 보일 경우 즉시 병원에서 검사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