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매킬로이 “평생 꿈꿔온 순간이 이뤄졌다. 행복하다”

입력 2025-04-14 12:33
마스터스 전통에 따라 디펜딩 챔피언인 스코티 셰플러(오른쪽)가 그린재킷을 입혀주자 만감이 교차된 듯 오열하는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평생 꿈꿔온 순간이 이뤄졌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막을 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100만 달러)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대회를 마친 뒤 가진 챔피언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우승 소감이다.

그는 “감정 소모가 상당히 많았던 한 주였다. 롤러코스터 같은 라운드,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경기 끝에 ‘최후의 승자’가 돼 앉아 있는 이 자리가 정말 기쁘다”라며 “꿈이 이뤄졌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이어갔다.

매킬로이는 대회 마지막날 1타를 잃어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저스틴 로즈(영국)와 공동 선두가 돼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 17번째 출전만에 거둔 감격의 첫 우승이다.

이로써 매킬로이는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마스터스에서는 지난 10년간 우승이 없었다.

매킬로이는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이곳에서 우승한 걸 TV 중계로 보면서 제 또래라면 그의 뒤를 잇고 싶은 꿈을 가졌을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며 ‘이 멋진 옷(우승자에게 주는 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골프 인생에서 단연 최고의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2014년 8월(디오픈 우승) 이후 늘 부담감을 안고 살아왔다. 단순히 다음 메이저 대회 우승이 아니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과제가 있었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그린 재킷을 입는 걸 지켜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년 이 대회를 긍정적으로 맞이하려고 했다”고 힘들었던 지난 10년간을 뒤돌아 보았다.

당연히 이번 우승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종 라운드가 가장 긴장된 날이었음을 토로한 매킬로이는 “1번 홀을 시작할 때 상상하는 모든 감정이 다 있었다. 가슴이 꽉 막힌 듯해 입맛도 없었다. 다리가 휘청이는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드디어 해냈다" 리 매킬로이가 연장전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이 확정되자 믿기지 않은 듯 얼굴을 감싸고 있다. UPI연합뉴스

그럼에도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선 16차례의 실패에서 얻은 경험 덕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오거스타에서 쌓인 경험으로 필요한 샷을 더 편안하게 칠 수 있었던 덕분”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 대회 우승자를 보면 죄다 어프로치샷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마지막 몇 개홀에서 보듯 나도 이번 주 어프로치 플레이가 꽤 좋았다”고 자평했다.

매킬로이는 연장전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한참을 오열했던 이유를 ‘안도’의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11년, 아니면 14년간 쌓였던 감정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었다”고 했다. 매킬로이가 말한 11년은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 기간, 14년은 2011년 대회 때 마지막날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둔 기간이다.

매킬로이는 ‘2011년 대회 마지막 라운드날(일요일)로 돌아가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 길을 계속 가. 믿음을 잃지 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자신의 꿈을 믿고, 계속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것, 실망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것에 스스로 자랑스럽다. 오늘은 내가 그걸 증명한 하루였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1년 사이 매킬로이는 우즈나 잭 니클라우스(미국)나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선배들에게서 ‘너도 언젠가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걸 고백했다.

매킬로이는 “영광이지만 감당하기 버거웠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매년 이곳에 돌아오는 것이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이 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