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 1m 가량의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사라지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그린에 머리를 숙인 채 한참을 울었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1번째 도전 끝에 남자 골프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로 이름을 올렸다.
매킬로이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55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1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1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영국)와 동타로 연장 승부를 펼쳤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매킬로이는 두 번째샷을 홀 1m 지점에 떨궈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로즈를 제치고 그린재킷을 입었다.
PGA투어 시즌 3승째이자 통산 29승째(메이저 5승)를 거둔 매킬로이는 우승 상금 420만 달러(약 60억 원)를 획득했다.
마스터스 출전 17차례 끝에 거둔 끝에 거둔 첫 우승, 그것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11번째 도전만에 완성한 마지막 퍼즐이었기에 감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 오픈, 2012년과 2014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에서 우승이 있었지만 마스터스와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 기록한 이후 25년 만이다. 진 사라센-벤 호건(이상 미국)-게리 플레이어(남아공)-잭 니클라우스(미국)-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역대 6번째다.
매킬로이는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하며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14번 홀(파4)까지 2타를 잃어 맹추격전을 펼친 로즈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17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1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을 때만 해도 대회는 매킬로이의 우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서였는지 126야드 지점서 친 매킬로이의 두 번째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세 번째샷을 홀 2m 지점에 떨궜으나 파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18번 홀 그린 주변을 가득 메운 패트론의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오거스타 신이 올해도 매킬로이의 우승을 점지하지 않았는가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1차 연장전에서 그림 같은 두 번째샷으로 기어이 그린재킷을 걸치는데 성공했다. 그가 그린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눈물을 쏟아낸 것은 바로 그런 서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는 지도 모른다.
매킬로이는 2009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마스터스에 총 16차례 출전해 2022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이어 준우승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물론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다. 가장 아쉬운 대회는 2011년이었다. 공동 2위에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임했으나 마지막날 80타를 쳐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친 것.
로즈는 2017년 대회에 이어 또 다시 연장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대회 우승자는 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였다. 선두에 7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로즈는 마지막날 6타를 줄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기까지는 성공했지만 매킬로이의 벽을 넘는데는 실패했다.
패트릭 리드(미국)가 3위(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에 입상했다.이번 대회에 출전한 LIV골프 선수 중에서는 최고 성적이다. 대회 3번째 우승에 나선 디핀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4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에 그쳤다.
3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6·CJ)는 공동 5위(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최고 성적을 냈다. 2020년 준우승, 2022년 공동 8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개인 통산 3번째 ‘톱10’이다.
안병훈(33·CJ)와 김주형(22·나이키)는 각각 공동 21위(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52위(최종합계 9오버파 297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루드빅 오베리(스웨덴)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7위(최종합계 6언더파 262타), 잰더 쇼플리(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 등이 공동 8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