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우리 집이 감옥이 됐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전세대출은 고스란히 제 빚이 됐습니다.”
강다영 동작구아트하우스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거리 예배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가 보증한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어렵게 구한 집이 깡통전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정식 계약을 했지만 피해 책임은 오직 세입자에게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는 고난주일 연합 성찬례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예배(성찬례)를 드렸다고 14일 밝혔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거리 예배에는 피해자와 종교계 인사, 시민 등 130여명이 모였다. 성찬례는 피해자의 증언과 성직자의 설교, 성찬 순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전세사기를 단순한 사적 계약 실패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규정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연장을 촉구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2023년 4월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두 명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며 “한 20대 청년은 ‘2만원만 보내주세요’라는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생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보증금을 속여 뺏은 임대인이 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피해자들은 삶의 기반을 잃고 평생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교를 맡은 민김종훈 성공회 신부는 “전세사기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사적 소유 신화와 능력주의가 만든 구조적 폭력”이라며 “교회는 이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낙인찍힌 이웃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예배 후 성명을 통해 ‘전세사기 특별법의 연장과 실효성 있는 개정’ ‘피해자 지원 체계 확대’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했다. 강씨는 “피해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이 문제를 단순한 실수로 여기지 말고 사회적 재난으로 봐 달라”며 “교회와 사회가 계속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다음 달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여야는 16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특별법 연장 여부를 포함한 개정안 9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1년에서 최대 4년 연장까지 다양한 안이 제출돼 있다.
이번 거리 성찬례는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노원·성북·인천·봉천동·수원·포천·용산·동두천·춘천), 걷는교회, 성프란시스공동체, 새맘교회, 희년함께, 일산은혜교회 등 14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