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니언’ 김건부가 말하는 밴픽의 중요성

입력 2025-04-13 19:07 수정 2025-04-13 19:56
LCK 제공

밴픽 때문에 졌고, 밴픽 덕분에 이겼다. 젠지 ‘캐니언’ 김건부가 생각하는 DK전이다.

젠지는 1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3전 전승 팀 간의 맞대결에서 웃은 이들은 4승0패(+6), 단독 선두에 오른 채로 2주 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 끗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 접전이었다. 디플 기아가 첫 세트를 가져간 뒤 2세트 중반까지도 기세를 이어나가 지긋지긋한 상대전적 ‘17연패’를 끊는 듯했다. 하지만 젠지가 2세트 아타칸 등장 시점부터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발휘하더니, 3세트까지 승점을 챙겨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김건부는 “디플 기아와의 맞대결은 늘 치열했다”며 “오늘도 역시나 힘든 승부였다”고 말했다.

김건부의 말대로 젠지는 이날 1세트를 28분 만에, 킬 스코어 3대 16으로 완패했다. 김건부는 밴픽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패인이라고 봤다. 젠지는 이날 첫 세트 조합을 사이온·신 짜오·아리·이즈리얼·알리스타로 구성했다. 디플 기아는 제이스·스카너·라이즈·자야·라칸. 김건부는 “사이드 힘도 밀리고 대미지도 부족한 조합이었다. 같은 조합으로 다시 붙어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면서 “우선 대미지가 너무 부족했다. 제이스·스카너·라이즈 상대로 밸류 싸움에서 이기는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초반에 더 잘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대로 2세트는 밴픽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봤다. 그가 고른 릴리아가 상대의 세주아니·초가스 상대로 갖는 이점이 있고, 전체적인 밸류 싸움에서도 앞선다고 봐서다. 젠지의 조합은 그웬·릴리아·코르키·진·레오나, 디플 기아는 암베사·세주아니·초가스·미스 포츈·뽀삐였다. 김건부는 “초반에 아이템과 골드가 밀리긴 했지만 조합의 밸류가 상대보다 앞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가스와 세주아니는 릴리아로 상대하기 편한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디플 기아는 발이 빠른 릴리아를 잡기 위해 세주아니와 초가스의 스킬을 연계하는 전략을 썼다. 유충 전투를 비롯한 초반 단계에는 이 전략으로 킬을 만들어냈지만, 릴리아가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갖춘 뒤로는 예전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다. 김건부는 “헤르메스만 떠도 챔피언 상성 싸움에서 유리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밴픽에 울었던 1세트, 밴픽 덕분에 웃은 2세트였던 셈이다.

한화생명e스포츠, T1, 농심 레드포스, 디플 기아까지. 강력한 적수들만 만났음에도 젠지는 2주 차까지 4전 전승을 기록했다. 김건부는 메타 파악과 챔피언 티어 정리에서 젠지가 다른 팀들을 앞선 게 전승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모든 팀의 티어 정리가 완벽하지 않은 시기다. 젠지가 상대 팀들보다 더 티어 정리를 잘해서 이긴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엔 모든 팀의 티어 정리 결과가 비슷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건부는 “당장은 우리가 앞서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비슷한 티어 정리 결과를 내게 된다”며 “2라운드부터는 더 힘든 경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한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