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가 사라졌다는 말이 익숙한 시대, 한 교회에서 교회학교가 하나 더 생긴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졌다.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주심교회, 성인 교인 20여명이 출석하는 작은 상가교회다. 이날 앳돼 보이는 얼굴의 세례대상자들이 교회 앞자리에서 세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례를 기다리던 아홉 명의 중학생들은 부끄러워하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지만, 이름이 불리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을 영접하고 의지하기로 서약하십니까.”
안정은(62) 목동주심교회 목사가 세례대상자들을 향해 이같이 묻자 세례대상자들은 일제히 “네”라고 답변했다. “예수를 믿겠다”고 시인한 세례자들에게 안 목사는 물로써 세례를 했다.
이날 세례식은 목동주심교회가 3년간 꾸준한 노방전도를 통해 학생들과 신뢰를 형성하며 얻은 결실이었다. 16년간 홀로 개척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안 목사는 코로나가 끝난 2022년부터 교회 앞 놀이터에서 노방전도를 했다. 안 목사는 “교회 사무실 앞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먹을 것을 챙겨주거나 안부를 물으면서 아이들의 경계심을 풀기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전도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노방전도가 계속됐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고, 일부 학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에게 전도했냐”며 교회로 전화해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비가 오던 어느 날, 이날이 안 목사에게는 오랜 시간 기다린 전도의 열매가 맺힌 날이었다고 했다. 안 목사는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놀이터에서 10여명의 아이들이 비를 맞으면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며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이 돼 아이들에게 다가가 컵라면을 사주었고 ‘교회에 들어와도 좋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날 이후 교회는 아이들의 아지트가 됐다. 안 목사는 아이들에게 교회 출입구 비밀번호를 공유해 평일에도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교회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과 간편식을 비치하기도 했다. 교회의 세심한 배려에 아이들의 마음 문은 활짝 열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안 목사를 처음 만났던 오승훈(15) 군은 교회로 발걸음을 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러나 오군이 안 목사에 대한 경계를 풀고 교회를 나온 이후 그는 열 명이 넘는 친구들을 전도하는 ‘전도왕’이 됐다. 오군은 “처음에는 다가오는 목사님을 보면서 의심했지만 오랜 시간 보면서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친구들에게 교회는 이상한 곳이 아니라 재밌는 곳이라며 너희도 나와보라고 친구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한 이단우(15) 군은 “목사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교회에 나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민준(15) 군은 친구들을 통해 교회에 나오게 됐다. 김군은 “함께 노는 친구들이 교회에 다녔기에 교회에 나오고 싶었다”며 “교회는 내게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라고 했다.
지난해 추수감사절에 세례를 받은 네 명과 세례교육을 받지 못해 세례식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까지 합하면 15명의 교회학교 아이들이 출석하고 있다. 학생들이 늘며 교회는 변화가 생겼다. 교회는 5년 만에 교회학교를 만들었고 이들을 맡아줄 간사를 세웠다. 교인들은 청소년 사역에 필요한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전도헌금’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안 목사는 “아이들을 통해 복음이 확장되고 이들 가정에도 신앙의 씨앗이 심어지기를 기도한다”며 “앞으로 지역 사회와 더 많은 청소년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