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윤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의 폐기도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방안에 꾸준히 반대의사를 시사한 가운데 향후 정책방향을 두고 △전면 폐기 △속도조절론, 또 일관되지 않은 주택들의 공시가격 편차를 바로잡는 △균형화부터 이루자는 다양한 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가격공시에관한법률’ 개정안 두 건이 지난해 9월 이래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공시지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조항을 삭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아직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못 올라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방안(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시세의 60%선이던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90%까지 인위적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하락기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윤 정부 들어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해 정부는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공시지가에 시장가만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며 공시가격 산정식을 ‘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로 제시했다. 다만 현실화 로드맵 폐기안이 국회를 계류하면서, 이 산식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고 기존 산식에 현실화율을 2023~2025년 3년 연속 69% 동결해왔다.
하지만 조기대선 정국을 맞이하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회 내 여당 다수석을 기반으로 헌정사 이래 가장 강력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반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인 현실화 로드맵 폐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폐기 및 수정·보완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정부에서 발표한 대로 현실화 로드맵을 완전히 폐기하거나, 현실화 방안을 폐기하더라도 느리게 진행하는 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균형성 제고를 우선하자는 안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분위기다. 유사한 시세를 가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차이날 경우 공시가격의 편차를 바로잡는 게 핵심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발표된 안이긴하나, 새 정부가 만일 들어서면 균형성 제고의 속도를 기존보다 20~30%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이 겪는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3년간 공시가 현실화율을 동결했는데 기존대로 돌아가기라도 하면, 시세 대비 70~80%를 반영해야 하므로 보유세 부담 등이 확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