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라운드에서는 더블보기 2개로 무너졌지만 무빙데이에서 이글 2개를 앞세워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한 발 바짝 다가섰다.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555야드)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100만 달러) 사흘째 3라운드에서 보기는 2개로 줄이고 이글 2개와 버디 4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2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10언더파 206타)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나서며 마스터스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2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8승을 거두고 있는 매킬로이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US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 2014년), 디오픈(2014년)에서는 우승이 있지만 마스터스에서는 16차례 출전해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22년 준우승이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이다.
매킬로이는 대회 첫날 13번 홀(파5)까지 버디만 4개를 솎아내며 순항했으나 15번 홀(파5)과 17번 홀(파4)에서 징검다리 더블보기를 범해 이븐파에 그치면서 또 다시 오거스타 신의 점지를 받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솎아내 6타를 줄여 공동 3위로 반환점을 돌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선두 저스틴 로즈(영국)에 2타 뒤진 채 3라운드에 들어선 매킬로이는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약 3m 거리에 붙여 첫 버디를 잡았다. 이어 2번 홀(파5)에서 이글로 기세를 올렸다. 22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갔으나 칩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간 것.
완벽하게 상승 모드로 돌아선 매킬로이는 3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약 2m에 붙여 버디를 추가해 초반 3개 홀에서 무려 4타를 줄이는 고고비행을 했다.
5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매킬로이는 8번 홀(파5)과 10번 홀(파4)에서 레귤러 온그린에 실패하면서 보기를 범해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아멘코너(11번~13번 홀)’인 13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를 내달렸다.
이날 백미는 15번 홀(파5) 이글이었다. 매킬로이는 환상적인 두 번째샷을 날려 볼을 홀 1.8m에 지점에 떨군 뒤 원 퍼트로 마무리해 4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라운드를 마쳤다.
LIV 골프에서 활동하는 디섐보는 15번 홀까지 매킬로이에 4타 뒤진 2위에 자리했으나 16번 홀(파3)과 18번 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추가하며 2차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게 됐다. 디섐보는 18번 홀에서 거짓말 같은 14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기분좋게 라운드를 마쳤다.
이로써 올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는 환상의 매치 조합이 완성됐다. 두 선수가 PGA투어와 LIV 골프를 대표하는데다 가공할만한 장타가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다. 이날 3라운드에서 매킬로이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40야드(1위), 디섐보는 327.5야드(2위)에 자리했다.
코리 코너스(캐나다)가 3위(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를 달렸고, 1∼2라운드 단독 선두였던 44세 베테랑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3타를 잃어 공동 6위(중간합계 5언더파 211타)로 내려 앉았다. 대회 2연패에 나선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6위에 자리했다.
3명이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한 한국 선수 중에서는 2020년 대회 공동 2위 임성재(26·CJ)가 가장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재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잡았으나 보기 3개를 범해 1타를 줄이는데 그쳐 공동 10위(중간합계 4언더파 212타)에 자리했다.
안병훈(33·CJ)은 2타를 줄여 조던 스피스(미국) 등과 공동 21위(중간합계 1언더파 215타), 공동 40위로 가까스로 컷을 통과했던 김주형(22·나이키)은 이븐파를 쳐 공동 37위(중간합계 2오버파 218타)로 순위가 소폭 상승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