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은 자멸의 길… 지금은 나라위한 교회의 행동이 필요”

입력 2025-04-13 08:12
국명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을 지나며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가운데 화해와 중재를 위한 교회의 역할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 국민 통합을 위한 ‘화해의 중재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된다. 최근 서울 여의도침례교회에서 만난 국명호 목사는 “지금은 분열이 아닌 국가를 생각할 때”라며 “교회가 사회 통합과 공동체 회복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 목사는 현재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 대해 “보수 진영 내에서 무조건적인 고집을 보이는 수구세력과 진보 진영에 존재하는 종북 세력들이 양극단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각 진영은 스스로 극단적 요소를 걸러내고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기독교인들이 이 과정에서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에는 이미 화해의 중재자 역할을 한 모델이 있다. 국 목사는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에서 바나바가 중재자 역할을 감당한 것처럼 교회는 우선 내부에서부터 깊어진 분열의 골을 메우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은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성향보다 성도 정체성 우선해야”

교회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국 목사는 “국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보수와 진보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은 보수와 진보가 외부 세력이 아닌 내부에서부터 자신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적 성향보다 먼저 성도라는 공통된 정체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 내에서 성경적 가치관에 기초한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관점을 형성한다면 서로 다른 입장 간에도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명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또한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화해의 중재자로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이루시고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장벽을 허무셨다”면서 “교회는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용서와 화해를 실천함으로써 하나 됨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더 이상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도와 중보의 사역을 통해 다양한 입장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 목사는 이미 2주 전에 ‘분열을 넘어 화합으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분열된 상황 속에는 단순한 사회적 갈등을 넘어 영적인 싸움이 배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말씀을 통해 거듭나야 함을 의미한다”며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보다 먼저 자신의 가치관이 성경의 가르침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성도들에게 권면했다.

성경에서 찾는 화해와 중재의 모델

국 목사는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화해와 중재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현 한국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나눴다. 그는 “창세기 13장에서는 아브라함과 조카 롯 사이에 목축 문제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아브라함이 먼저 양보하며 롯에게 선택할 권리를 줬다”며 “이는 가족 간 화해뿐 아니라 공동체 내 갈등 해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창세기 33장에서는 야곱이 형 에서와의 과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겸손한 태도로 접근하고 화해를 구했다”면서 “오랜 시간 쌓인 상처와 분노도 진정한 화해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창세기 26장에서 이삭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이삭은 블레셋 목자들과 우물 문제로 갈등했지만 대립보다 새로운 우물을 파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선택했다. 때로는 갈등의 원인을 피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국명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국 목사는 성경의 사례들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서 “상호 존중과 경청의 자세를 갖춰야 하며 갈등 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법과 제도적 결정을 존중하되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 목사는 화해가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가치와 원칙은 지키되, 불필요한 대립은 피하는 지혜가 요구된다”며 “공동체의 장기적 화합과 발전을 위해 때로는 개인이나 집단의 단기적 이익을 양보할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탄핵 결정 이후 교회 역할

탄핵 결정 이후 교회와 목회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과 메시지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까. 국 목사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 13장 1절에서 언급한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가르침은 법치주의 존중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며 “이는 모든 권세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음을 인정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모데전서 2장 2절을 두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2) 국 목사는 “사도바울의 권면처럼 지도자들을 위한 기도가 중요하다”며 “이는 단순히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화합과 공동선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도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이익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복지와 화합을 증진할 수 있는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성도들을 교육하고 격려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회는 대화와 경청의 공간을 제공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상호 존중 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통해 분열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열은 망하는 길

국 목사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민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비전과 가치에 대해 “상호 존중과 포용, 그리고 대화를 통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의견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의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분열은 망하는 길”이라며 “지금은 개인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국가를 생각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외부적으로 미국의 관세 압박, 중국과 일본의 견제, 북한과의 대립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자멸하는 길로 갈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의도 교회의 사명과 성찰

여의도라는 한국 정치·경제의 중심지에 있는 교회로서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우고 성찰해야 할 점에 대해 국 목사는 “교회의 본질은 구원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 교회로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명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는 “우리 교회가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 있기에 나라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으나 종종 역부족을 느낀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국에 교회마저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전도의 문을 닫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 목사는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가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주님의 십자가 정신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 하듯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신앙인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의도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교회로서 우리는 분열이 아닌 화합을 추구하고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끝까지 기도하며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