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선교 개척한 ‘복음 항로의 길잡이’

입력 2025-04-13 11:00
전철한 목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국외항선교회사무실에서 미소를 띄고 있다.

한국외항선교회(대표 전철한 목사)는 국내 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외국 선원과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선교사를 훈련·파송하는 초교파 선교단체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외항선교회는 1974년 7월 4일 경기도 인천성산감리교회에서 출범한 이래 국내 최초 자생적 외항선교단체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5개 대륙에 13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했고, 이들은 교회 개척, 신학교 운영, 어린이 돌봄, 병원 설립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초대 총무였던 김의민 장로는 군 제대 후 선교에 헌신하기로 결단하고 해외 선원사역 소식을 접한 뒤, 인천 제물포항을 중심으로 외항선교를 시작했다. 이 사역은 이기혁, 최준옥, 최기만 목사 등의 헌신과 한경직 목사의 기도와 격려 속에 확장됐다. 한 목사는 창립총회에서 설교를 맡고 이후 명예고문으로 활동하며 선교회를 뒷받침했다.

선교회 창립멤버로 활동했던 전철한 목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외항선교는 선박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통해 수많은 나라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들에게 복음은 물론 문화와 정서적 교류까지 전하는 통로가 된다”고 말했다. 외항선교는 배에서 내린 선원들이 한국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정서적 공백을 돌보며 복음을 전하는 관계 중심 사역이다. 관광 안내, 가족 연락 지원, 생일 파티, 선상예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해왔다.

한국외항선교회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만 보안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출입이 어려워졌고 선교 방식에도 변화가 일었다. 외항선교회는 지역 교회와 협력해 선원들을 육지로 초청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으며 현재는 인천, 부산, 울산, 포항, 목포 등 8개 지회를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를 위한 이주민 사역도 함께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훈련과 증식(T&M·Training and Multiplication)’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그룹 중심의 전도와 제자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이 훈련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POP)’을 만나 복음의 핵심을 나누고 이후 소그룹 리더로 세워 자립적 제자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전 대표는 “8주간 1:1로 복음을 전하는 이 훈련은 교회 개척의 기초를 배우는 전도 훈련”이라며 “현장에서는 매우 실효성 있는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항선교회는 ‘그들에게, 그들을 통해, 그들을 넘어서’라는 선교 철학 아래 국내 이주민들을 복음으로 양육하고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선교적 삶을 살아가도록 준비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방과후 교실, 정착 지원, 세미나 등의 실제적 프로그램을 운영할 이주민 사역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전철한 목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외항선교회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책들을 들고 있다.

이달 말부터 6월 초까지는 국제선교단체 한국오엠(대표 조은태 목사)과 협력해 선교선 ‘둘로스호프’ 입항에 맞춘 이주민 선교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오는 5월 11일부터 18일까지는 캄보디아에서 교회연합수련회도 진행된다. 오는 10월에는 인도, 네팔, 미얀마 등지의 신학교 총장과 학장들을 한국에 초청해 ‘국제 선교 협력 컨퍼런스(GPTAM)’를 연다. 이들은 한국교회를 직접 방문해 전도와 부흥, 기도운동의 역사와 사례를 배우고, 연합과 협력의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전 목사는 “한 교회가 단 20명만 품어도 100만 이주민 선교가 가능하다”며 “한국교회가 이 사역에 함께하면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는 더욱 힘있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민 선교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통해 새로운 민족과 지역으로 선교의 문을 여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