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산림녹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입력 2025-04-11 10:03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4·3기록물 중 수형인 명부 표지(왼쪽)와 명부 내용. 제주도 제공

제주 4.3 사건과 6·25 전쟁 이후 산림녹화 과정을 기록한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선정됐다.

11일 국가유산청과 제주도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주4·3기록물’과 ‘산림녹화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4·3기록물은 제주 4.3 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자 진술, 진상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아우르는 자료로 총 1만4600여 건에 달한다. 기록물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 조사 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기록물을 평가한 국제자문위원회(IAC) 측은 “국가 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고 기록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산림녹화 기록물’은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민관이 힘을 모아 재건한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산림 복구를 위해 작성한 각종 공문서, 사진, 홍보물, 우표 등 9600여 건의 자료가 여기에 포함됐다. 각 마을에서 산림계를 꾸리면서 만든 각종 규칙과 나무 심기를 독려하는 포스터, 1973∼1977년 포항 영일만을 복구할 때 촬영한 사진 등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이자 기후변화 대응, 사막화 방지 등 국제적 논점 측면에서도 본보기가 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에 있는 서적(책), 고문서, 편지 등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이날 두 건이 등재되면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20건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등재시킨 뒤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 의궤 등을 목록에 올렸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