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거포’ 메가가 아시아쿼터 선수로서 V리그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우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아시아쿼터제 도입 첫 시즌부터 2시즌 동안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의 돌풍을 이끌면서 제도 정착의 기틀을 다졌다.
메가는 10일 고국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정관장이 재계약을 원했지만 어머니의 건강상의 문제로 일단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차기 행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메가는 자국 리그 또는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리그 팀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는 아시아쿼터제를 V리그에 정착시키는 데 밑돌을 놨다. 아시아쿼터제는 신인 선수 발굴의 어려움으로 토종 선수 풀이 점차 줄고 있는 한국 프로배구 현실에서 리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랐다.
제도의 순기능을 보여준 건 메가였다. 제도 도입 첫 시즌이었던 2023-2024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선수 1, 2기로 성공 사례를 남겼다. 2년차 아시아쿼터 선수 연봉으로 15만 달러를 받고 맹활약해 국내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처음엔 히잡 차림의 선수를 V리그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받았지만 정관장의 주포로 올라서면서 입단 첫해 만에 팀의 ‘아이콘’이 됐다.
올 시즌엔 기량이 만개했다. 정관장과 재계약에 성공한 메가는 2024-2025시즌 정규리그에서 득점 3위(802점), 공격 성공률 1위(48.06%), 오픈 1위(42.82%), 퀵오픈 2위(53.61%), 시간차 1위(66.67%), 후위 공격 1위(49.88%) 등의 성적을 남겼다. 아시아쿼터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들과 견줘도 압도적인 기록이었다.
봄배구 들어서는 부상 투혼까지 펼쳐 우승이 목마른 ‘배구 황제’ 김연경을 위협했다.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에선 무릎 통증을 안고 5경기 23세트를 출전해 무려 153득점을 뽑아냈다. 특히 대전 홈에서 펼쳐진 3, 4차전에선 각각 양 팀 최다 득점인 40점(공격성공률 46.91%), 38점(공격성공률 47.37%)을 올리면서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맞춰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뛰어난 실력으로 V리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림과 동시에 리그 흥행에도 이바지했다. 메가의 팬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아시아권에서 V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이다. 메가의 첫 시즌이 끝난 뒤 정관장은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 초청을 받고 친선경기를 떠나기도 했다. 현재 정관장의 유튜브 채널 역시 남녀부 14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구독자(약 34만명)를 보유하고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