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74곳, 국내 조선사에 “인권 침해 LNG 사업 참여 보류해야”

입력 2025-04-10 05:00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국내 에너지·조선·건설 기업과 공적 금융기관이 참여 중인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 인권 유린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이 사업에 투입되는 LNG선을 건조할 예정인 국내 조선사들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북부 카보델가도 지역에서 추진 중인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는 프랑스 토탈에너지가 주도하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가스전 개발사업이다. 6개 광구로 분할돼 단계적으로 상업 개발이 진행 중이다.

9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외 7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모잠비크 LNG 사업과 관련된 LNG 운반선 건조 의향서(LOI) 연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사업 참여 기업들에 보냈다. 모잠비크를 비롯한 짐바브웨, 말라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독일 등 국가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연명에 참여했다. 공동 수신인에는 LNG선 건조 예정인 삼성중공업, HD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사를 비롯해 미츠이 O.S.K 라인 등 선주사가 포함됐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아풍기 가스 부지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 독립적인 국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촉구하는 요구에 동참해 달라”며 “모든 사실과 책임이 조사되고 그 결과가 공개될 때까지 토탈에너지의 모잠비크 LNG 사업에 대한 LNG 운반선 건조 의향서(LOI) 연장을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사업 참여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모잠비크 LNG 사업은 2021년 이슬람 반군의 무장 공격으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무기한 중단됐다. 여기에 더해 같은 해 카보델가도 주 아풍기 반도의 토탈에너지 가스 플랜트 부지 입구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 최근 드러났다. 토탈에너지 시설을 경비하던 모잠비크 특수부대가 민간인 수백명을 컨테이너에 3개월간 가둬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엔, 네덜란드, 영국 등은 독립적 조사를 촉구하거나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 중단 조치를 내리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인 반 오드가 참여 중이던 관련 파이프라인 공사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을 공식 중단했다. 영국 수출금융청은 이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 철회를 검토하기 위해 법적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조선사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토탈에너지스는 모잠비크 LNG 1광구 사업을 위해 HD현대삼호에 9척, 삼성중공업에 8척의 LNG선을 발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지연이 이어지면서 LNG선 발주가 4년 동안 5차례 연기됐다. 이들 17척의 운반선 건조에 관한 의향서는 유효기간이 이달 말로 다가온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다 최근 유럽에서 관련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사업 참여 예정인 국내 기업들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