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8개월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현대캐피탈의 ‘트레블’ 등 다양한 볼거리와 각종 진기록의 향연이 올 시즌을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궜다. 그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구단들은 새 단장에 돌입한 모양새다.
한국 배구계에 ‘외국인 감독 열풍’ 물꼬를 텄던 터줏대감들은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줄줄이 팀을 떠났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8일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이끈 후 곧바로 결별 소식을 밝혔다.
흥국생명에서 3시즌을 보낸 아본단자 감독은 팀을 이끄는 동안 전 시즌 챔프전 진출을 이뤄낸 뒤 결국 올 시즌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는 “다음 시즌에는 (한국에) 없을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함께한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남자부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도 사임을 발표했다. 대한항공과 4시즌을 함께하며 3번의 통합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일군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면서 대한항공과 동행을 마쳤다.
일찌감치 새 사령탑 체제에 돌입한 팀도 있다. 남자부 OK저축은행은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물러나고 신영철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올 시즌을 최하위로 마쳐 처진 분위기를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리빌딩에 나서려는 계획이다.
남자부 KB손해보험은 코치진을 대폭 손보기로 했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이 자신의 사단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기존의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 하비에르 도발레 코치는 시즌 개막 직전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던 미겔 리베라 감독 체제에서 꾸린 코치진이었다.
팀의 한해 농사를 좌우할 중요한 행사도 임박해 있다. 남녀부 14개 구단은 11일 비대면 형식의 아시아쿼터 선수 드래프트를 진행한다. 대다수 팀이 주득점원으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 쌍포를 두고 있는 만큼 새 감독들의 부임 후 첫 선택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에 현재 사령탑 공석 상태인 흥국생명과 대한항공은 감독 선임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두 구단 모두 외국인 감독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는데, 입국 등의 행정적인 문제로 드래프트 참석은 어렵더라도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선임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