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정의는 흘려보내는 가치”…사순절 ‘북클럽’ 속 청년의 묵상

입력 2025-04-09 14:44 수정 2025-04-09 14:47
제채은(오른쪽) 팀룩워십 보컬이 9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에서 열린 북클럽에서 대표로 기도하고 있다. 팀룩워십 제공

향초 내음이 은은하게 풍기던 곳은 서울 영등포구 커뮤니티오브니어(김성경 목사)였다. 8일 늦은 오후 노란빛 전구를 중심으로 청년 20여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팀룩워십 보컬 멤버 제채은씨의 찬양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로 모임이 시작됐다.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 내 마음을 새롭게 하소서/ 새 부대가 되게 하여 주사/ 주님의 빛 비추게 하소서.”

찬양이 끝난 자리에는 인권운동가이자 IJM(International Justice Mission) 설립자 게리 하우겐이 펴낸 ‘약탈자들’의 오디오북 음성이 흘러나왔다. IJM코리아(대표 민준호)와 커뮤니티오브니어, 팀룩워십(대표 이영진)이 지난달 25일부터 4주간 진행하고 있는 ‘사순절 북클럽’ 현장이다.

‘정의, 그 길 위에서’를 주제로 열린 행사는 사순절 기간 크리스천 청년들이 성경에서 나타나는 ‘정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삶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세 번째 모임이었던 이날 청년들은 책의 11장 ‘희망의 프로젝트’를 집중해 들었다. 책은 IJM이 콩고민주공화국, 브라질,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공공 사법제도를 변혁시키던 과정에서 드러난 아동 성폭력 등의 현실들을 짚어갔다. 책을 덮은 청년들은 피해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묵상에 빠지기도 했다.

대표 메신저로 김성경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 목사는 “오늘날 교회는 세상과 단절된 채로 존재하고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교회는 세상으로 나가야 하며,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시편 133편 1~3절 본문을 인용하면서 “신앙생활이 단순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도움을 주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정의는 대단하거나 유명한 사람들이 실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도 실천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가치”라고 조언했다.

김성경(왼쪽) 목사가 대표 메신저로 설교를 전하고 있다.

김 목사의 짤막한 설교가 끝나자 청년들은 소그룹으로 다시 모였다. 대여섯 명씩 짝지은 소그룹은 주최 측에서 내건 ‘여러분에게 희망은 어떤 정의고 어떤 모습인가요’ ‘정의를 위해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등 질문에 저마다의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한 청년은 개도국 안에서 여전히 아동 학대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교회 내 모임을 만들어 이 같은 사실들을 공유하겠다고 표명했다. 약 1시간 동안 청년들의 생각이 오가고 나서야 행사는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북클럽에 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정민(26)씨는 3주째 친자매와 함께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안씨는 “세상 곳곳에서 아동 학대나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알음알음 알고 있었지만, 현대 노예제도에 허덕이는 아이들이 갇힌 환경에 대해선 세세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북클럽을 통해 이들이 처한 환경은 상상 이상을 넘어섰고 도움이 필요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제 선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