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억만장자·보수단체, ‘관세폭탄’ 비판... 소송 움직임도

입력 2025-04-09 11: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며 중국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그를 지지해온 보수단체, 억만장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는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억만장자이자 공화당의 ‘메가 기부자’인 찰스 코크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회장이 자금을 지원하는 보수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불법적인 권력 장악’이라고 언급하며 그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플로리다의 문구류 중소기업 심플리파이드(Simplified)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가 자사 영업에 실질적 피해를 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위헌 소송을 시작했다. 이 회사를 대변하는 보수성향 비영리기구 신시민자유연맹(NCLA)은 “불법적인 행정 권력과 싸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백악관은 중국에 대해 104%의 관세가 9일 오전 12시1분(미국 동부 표준시)에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세금, 관세, 부과 및 소비세를 부과하고 징수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따라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이 법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경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2월 1일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치명적인 펜타닐을 포함한 불법 체류자와 마약으로 인한 특별한 위협을 근거로 법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미·중은 보복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마약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신시민자유연맹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법적 제도를 ‘우회’할 수 있도록 법원이 허용하면 대통령은 관세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거의 무제한으로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이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문제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법정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련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미국 월가 거물들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의 회장이자 트럼프 지지자인 빌 애크먼은 지난 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세계 경제가 잘못된 수학 때문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참모들은 4월 9일(상호관세 발효일) 이전에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대통령이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 CEO는 우리가 현재 경기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는 관세 정책이 미국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이자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인 켄 그리핀도 7일 마이애미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를 “엄청난 정책적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 토스터기, 새 청소기, 새 차 구입에 20%, 30%, 40%의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꿈이 실현되더라도 그것은 20년 후의 꿈이다. 20주도, 2년도 아니고 수십 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도 8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는 기업의 비용 상승과 수익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전 세계 생산 기어 앞에 거대한 모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게임 유통 체인 게임스탑의 라이언 코헨 CEO는 지난주 “관세가 나를 민주당 당원으로 만들고 있다”는 글을 남겼고, 트럼프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백악관의 무역 전쟁을 비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