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보다 멍청” “자동차 조립공”…관세 폭탄에 머스크·나바로 ‘집안 싸움’

입력 2025-04-09 07:02 수정 2025-04-09 08:57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제조업 선임고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고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이 관세 문제를 두고 인신공격까지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머스크와 나바로의 충돌은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자본가 그룹과 보호주의 무역이념을 대변하는 이념형 그룹 간의 집안싸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명백히 틀렸다”고 비난했다. 나바로 고문이 최근 CNBC 방송에서 “우리는 모두 일론이 자동차 제조업자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자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주장한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머스크는 이어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블루북이 2023년 조립 지역, 부품·엔진 원산지, 노동력 등을 기준으로 테슬라 4개 모델을 ‘가장 미국산인 차(the Most American-Made Cars)’로 선정한 내용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인 차다. 나바로는 벽돌 자루(a sack of bricks)보다도 멍청하다”고 조롱했다.

머스크는 “어떤 정의로든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로 미국산 비율이 가장 높다”며 “나바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인 론 바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론 바라’는 나바로가 저서에서 관세 이론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전문가였지만, 실존하지 않는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이 2019년 들통나 논란이 됐다.

폴리티코는 “머스크와 나바로의 특별한 말싸움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 열성 지지자)의 빅텐트 연합의 분열을 드러내고 있다”며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진영 내에서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와 나바로는 지난 며칠간 공방을 주고받았다. 머스크는 지난 5일 나바로 고문에 대해 “(그가 보유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큰 문제로 귀결된다”는 글을 엑스에 올렸다. 나바로도 머스크가 관세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자 ”그는 단지 다른 사업가들처럼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일론이 정부효율부(DOGE)에 있을 때는 대단하다. 하지만 일론도 자동차를 파는 사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무역과 관세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진 두 개인”이라며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Boys will be boys). 우리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언쟁하도록 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든 의견을 들으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