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단톡방, 왜 ‘펌글’이 논쟁이 되는가”

입력 2025-04-09 11:00
게티이미지뱅크

“교인들이 자꾸 음모론성 영상이나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무시하거나 거절하기도 어려워 답답해요.”

김아름(43·가명) 사모는 최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자극적인 정치 영상이나 출처 불명의 기도 제목 메시지를 받는다”며 “대부분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라 불편하지만 관계를 고려하면 차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민(23·가명)씨도 “일부 교인들이 출처 불분명한 글을 ‘펌글’이라며 무책임하게 퍼뜨리는데 이런 것 때문에 단톡방이 논쟁터가 되고 교회 공동체의 신뢰까지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교회 내 SNS 단체방, 특히 소그룹이나 중보기도방을 중심으로 정치 편향적이고 허위성이 짙은 콘텐츠가 빈번히 유통되고 있다.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조롱 이미지, 각종 음모론 자료 등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극단적인 갈등 사태는 이런 흐름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 교회는 단톡방에서 부정선거 의혹 영상 등이 공유됐다가 성도 간 설전이 벌어졌다. 선교단체 기도모임에서 가짜뉴스 문제 때문에 수십 명이 단톡방에서 퇴장한 일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덫...신앙공동체는 더 취약

전문가들은 최근 이용자들이 디지털미디어 허위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건 그 환경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는 광고 수익을 중심으로 한 ‘주목경제’라 기성 언론과 달리 과장, 왜곡이 더 유리하게 작동하기에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알고리즘이다. SNS와 포털사이트는 사용자의 클릭·검색 이력에 따라 정보를 선별적으로 노출시킨다. 박 교수는 “우리가 보는 정보는 이미 필터링된 것”이라며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면 의도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믿음을 중심으로 강하게 연결된 신앙공동체인 교회는 더욱 취약하기 쉽다. 조수진 장로회신학대학교 미디어트랙 교수는 “과거에는 (교회에서) 미디어를 절제하는 데 집중했지만 지금은 미디어 대응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며 “선거철이나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 신앙의 언어로 포장된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퍼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교인들의 경우 언론보다 목회자를 더 신뢰하는 만큼 목회자의 정보 판단력이 허위정보 확산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 등에서 유통되는 긴급 기도제목이나 선교지 소식처럼 보이는 허위 정보 등에 대해서는 교단 차원의 검증 체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회가 달라져야...‘함께 배우고 분별하는 공동체’로
교회·교인을 위한 가짜뉴스 대처법. 강소연 디자이너

교계 차원의 적극적인 미디어 교육과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건강한 교회는 성도들이 잘못된 정보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앙적 독립성과 성경적 기준에 따른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겉으로는 기독 언론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단이나 혐오를 선동하는 유사 언론도 있다”면서 자극적인 제목, 익명 취재원 남발, 과도한 따옴표 사용 등을 가짜뉴스의 징후로 꼽았다.

뉴스가 보도된 매체 정보, 기자 이력, 기사 출처를 확인하고 동일한 이슈를 여러 매체에서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제시됐다. 통계나 영상 자료의 출처를 찾아보는 습관, AI로 생성된 이미지가 늘어나는 시대에 시각자료를 비판적으로 읽는 역량도 요구된다.

미디어 리터러시(정보 판별력)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회 공동체의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허위정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라며 “신념의 절대성만을 강조하면 비판적 사고가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과 자비, 평화이며, 진리를 위해서라도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교회 내 미디어 교육을 정례화하고, 기독교계 내부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회 소그룹이나 청년부, 구역 모임 등을 활용한 ‘뉴스 함께 보기’, ‘기독교 세계관으로 뉴스 해석하기’와 같은 프로그램도 권하며 “미디어에 능숙한 다음세대가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박효진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