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황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마침내 우승 갈증을 풀었다. 20년간의 선수 생활을 통합우승으로 매듭지으며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펼쳤다. 승리를 알리는 마지막 득점이 올라가는 순간, 6000명의 홈 관중들은 기립해 붉은 물결을 만들며 김연경의 고별전을 수놓았다.
김연경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정관장과 5차전에서 팀의 3대 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며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김연경의 국내 복귀 후 준우승만 3차례 했던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6시즌 만에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승점 81·27승9패)를 차지한 데 이어, 챔프전에서도 혈투 끝에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 최다인 다섯 번째 별을 달았다.
이날도 34점으로 팀 최다 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우승을 이끈 김연경은 압도적인 지지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31표의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가 나왔다. 통산 4번째(2005-2006, 2006-2007, 2008-2009, 2024-2025) 수상으로,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다 수상 타이틀까지 확보하며 V리그 새 역사를 썼다. 이 외에도 여자부 최초로 포스트시즌 통산 1000점(1045점)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선수 생활 마지막 무대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김연경은 경기 후 눈시울을 붉혔다. 우승 반지를 끼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던 만큼 그간의 압박감에 대해서도 전했다. 이번 챔프전에서도 1, 2차전을 잡아낸 뒤 3, 4차전을 풀세트 끝에 내주면서 2년 전 역스윕패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김연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면서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마무리를 멋있게 하려고 어려운 역경을 줬던 거 같다. 이렇게 떠나지만 후배들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세트부터 김연경이 혼자 10점 공격성공률 57.14%를 기록하며 불을 뿜었다.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은 세트 막바지까지 정관장에 큰 점수 차로 끌려갔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세트에서도 흥국생명이 블로킹 득점만 6개를 뽑아내면서 역전 서사를 썼다. 2세트 막판 김수지와 김연경이 3연속 블로킹 득점에 성공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3세트와 4세트는 정관장에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김연경이 마지막 5세트 공수 전반에서 활약하며 흐름을 뒤집었다. 노련한 오픈 득점뿐 아니라 몸을 날리는 수비가 빛났다. 이후 투트쿠의 연속 득점으로 매치 포인트를 밟은 흥국생명은 투트쿠가 퀵 오픈을 한 번 더 성공시키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인천=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