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 고성읍에는 날개 없는 할아버지 천사가 있다. 지난 2022년부터 고성읍나눔뱅크에 매 달 10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는 A씨(67)다.
월세에 살면서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매 달 적지 않은 돈을 헐어 기부하던 A씨는 지난 8일에는 고성읍사무소에 방문해 뭉칫돈 100만 원을 꺼내놨다. 지난해 연말에 뭉칫돈을 기부한데 이어 두 번째다.
감사를 전하기 위해 사진 한장 찍자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요청에 A씨는 한사코 거절하며 소리없이 웃기만 했다.
기념사진이라도 남기자고 재차 요청하자 A씨는 “혼자라 크게 돈쓸 곳이 없다. 내 이웃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기만을 희망한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고성읍 사회복지 담당자에 따르면 고성읍나눔뱅크 기부자들은 대다수 3000원 정도의 기부를 하고 있어 A씨의 기부액 10만원은 상당한 고액에 속한다.
남루한 행색의 할아버지가 수년째 고액기부를 하는 점을 지켜보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A씨의 생활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결과 그는 낡은 단독주택에서 가족 없이 혼자 월세를 살고 있었다.
A씨는 고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이 빨라 연금액이 많지 않고 연금 외 수입이 전혀 없는데도 기부를 이어오는 상황이다.
공직에서 나온 A씨는 사업 실패 후 방황의 시기를 지나는 등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주변의 이웃을 돕자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주 고성읍장은 “이웃을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을 돕는 기부가 참된 기부이며 이 마음이 지역주민들에게 따뜻한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