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졌다!’ 13년 공들여 만든 새한글성경···어떻게 활용할까

입력 2025-04-08 16:32 수정 2025-04-12 22:23
권의현 대한성서공회 사장이 8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열린 ‘새한글성경 봉헌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1.5배속으로 보는 게 익숙하고, 소셜 미디어(SNS)를 활용해 단문과 이미지로 소통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대가 성경을 가까이 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시도해야 할까.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가 8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개최한 ‘새한글성경 봉헌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 물음에 대한 응답이 제시됐다.

심포지엄 현장에선 13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한 새한글성경의 특징과 활용 방안들이 순차적으로 소개됐다. 권의현 대한성서공회 사장은 “36명의 성서학자와 3명의 국어학자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성경을 쉽게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번역에 참여했다”며 “다매체시대를 살아가는 한국교회 다음세대는 물론 한글 성경을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의현 대한성서공회 사장

실제로 새한글성경 번역팀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성경 본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원문의 긴 문장은 여러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눠 번역했다. 그 결과 로마서 1장을 기준으로 개역개정판이 19문장, 문장 당 단어 수 26개로 기록됐다면 새한글성경에선 63문장, 문장 당 단어 수 9개로 큰 변화를 보였다.

발제에 나선 명지전문대 교목실장 이승문 교수는 “새한글성경이 알파세대, MZ세대 등 다음세대가 읽기에 최적화 된 만큼 공동 읽기의 장점을 활용해 오프라인 모임에서 다양한 방식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야외 책 읽는 모임’ ‘교회 밖 다양한 장소에서의 낭독 모임’ ‘필사 성경 독서법’ 등을 제안했다. 그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경 읽기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성경읽기 앱을 활용해 공동체가 함께 성경 읽은 분량을 기록으로 저장하고 온라인에 공유하며 동기 부여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가 ‘새한글성경의 구약 번역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새한글성경’ 번역이 이해에 도움을 주는 부분을 ‘개역 개정’판과 비교 설명한 시간도 눈길을 끌었다. 권순희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면담 대상자들은 ‘견디느니라’를 ‘견뎌냅니다’로, ‘성내지’를 ‘화내지’로 표현한 것 등 ‘새한글성경’의 번역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서법의 다양화를 통해 야곱과 요셉의 대화에서는 부자(父子)간의 친밀성이 표현되도록 ‘-렴’ ‘-마’ 등의 종결 어미를 활용했다는 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문화 배경의 학습자, 외국인 유학생, 북한 이탈 주민, 21세기 청소년 등을 위해서도 유의미한 번역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한성서공회가 제작한 ‘새한글성경’


고도화된 미디어 시대가 주는 과제도 짚었다. 이수인 아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변화무쌍한 미디어 환경에 휘둘리는 ‘소비재’가 아니며, 우리는 기술의 진보가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경의 본질을 성찰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