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을 도와달라며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8일 수원고법 형사2-3부(고법판사 박광서 김민기 김종우)는 김씨 뇌물공여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이렇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또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정한 방법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도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최 전 의장 직무상 부정행위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남욱과 정영학 등의 진술을 고려해 최 전 의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안 통과 청탁을 받고 대장동 주민 시위를 조장 내지 지시해 그 배후를 주도했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남욱 진술이 번복되고 구체적이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여서 믿기 어렵다”며 “원심은 최 피고인이 대장동 주민들이 회의장 문을 막아 당시 (공사 설립을 반대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퇴장을 제지할 거라고 예상했던 점을 유력한 범죄 정황으로 봤으나 당시 경호를 요청할 만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피고인 행위가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정치활동을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만배 피고인 뇌물공여는 최윤길 피고인 직무상 부정행위가 전제가 돼야 한다”며 “따라서 피고인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재판 직후 기자들에게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해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남은 재판을 성실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전 의장이 2012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김씨 부탁을 받고 2013년 1월 조례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표결 원칙에 반해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기소었했다.
검찰은 그 대가로 최 전 의장이 2021년 2월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되면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준공 시부터 성과급 40억원 순차 지급 등을 약속받고, 그해 11월 17일까지 급여 등 명목으로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1심은 지난해 2월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최 전 의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최 전 의장과 김씨 범행을 두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된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씨는 선고 후 “최 전 의장에게 청탁하거나 부탁한 적 없다. 당시 준공이 늦어져 그 업무를 도와달라는 의미로 모셨던 것”이라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