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골프의 제왕’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가 마스터스와의 이별을 고했다.
랑거는 8일(한국시간) 마스터스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만둘 때가 됐다. 더는 이 코스에서 경쟁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랑거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승 중 2승을 마스터스에서 거두었다. 1982년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그가 세 번째 출전이었던 1985년과 1993년에 각각 그린 재킷을 입었다.
오는 10일 막을 올리는 제89회 마스터스는 그에게 41번째 출전이자, 마지막 고별전이 된다. 랑거는 “선수로서 그만둘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사실 작년에 그만두고 싶었으나 아킬레스건 수술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라며 “제 목소리가 이미 떨리는 걸 보면 알겠지만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40년 동안 힘들면서도 즐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골프 불모지나 다름없던 나라(독일)의 800명이 사는 마을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유럽이나 외국 선수가 초청받는 것이 극도로 어렵던 시절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하고 세 번째 출전에서 우승한 것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랑거는 이어 “처음 와서 ‘매그놀리아 레인’을 따라 들어가며 이곳을 보는 것은 저를 눈뜨게 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비된 골프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대회를 본 적이 없었다”면서 “마스터스 브랜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마스터스는 특별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고별전에서 감정이 특별할 것임을 내비쳤다. 랑거는 “평소엔 경기를 시작하면 경쟁을 하는 사람으로서 냉철하게 집중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관중이나 응원해주는 가족, 친구들을 보면 감정이 북받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멘 코너’, 그 중에서도 13번 홀(파5)을 가장 좋아한다는 랑거는 “1985년엔 토요일에 이 홀에서 이글을 작성하며 경쟁에 나섰고, 1993년엔 일요일에 이글을 잡아 우승했다”고 돌이켜 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홀 중 하나가 됐는데, 꼭 이글 때문만은 아니다. 홀이 아름답기도 하고 요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한 조언을 남겼다. 랑거는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헌신해야 한다”라며 “한 사람이 포기할 때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1000명도 넘는다. 그렇기에 매우 집중하고, 확고한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 절제된 삶을 살면서 무언가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