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부산 지역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세 강화, 산업별 규제 확대 등 통상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대미 수출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8일 지역 수출상위 기업 177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트럼프 2기 통상정책에 따른 지역 수출기업 영향 및 대응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는 대미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애로 현장 방문을 병행해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1.8%가 트럼프 2기 통상정책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다소 부정적’은 57.1%, ‘매우 부정적’은 14.7%였으며,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올해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우세했다.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42.5%로,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24.1%)보다 높았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46.3%로 가장 많았다.
트럼프 2기 정책의 위험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24.3%), 산업별 수출규제(22.6%), 관세 장벽 강화(20.9%) 등이 꼽혔다. 철강선 제조업체 A사는 “1기 때 철강 쿼터제(할당제)로 피해를 보았고, 이번 2기 행정부의 25% 추가 관세는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부품업체 B사는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이 필요하지만, 공장 설비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업종에서는 긍정적 전망도 나왔다. 조선기자재업체 C사는 “미 해군 군함 MRO 수주에 따른 간접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변압기 수출기업 D사는 “미국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 증가로 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정책 대응책으로는 61.0%의 기업이 ‘신규시장 개척’과 ‘R&D 투자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그러나 39.0%의 기업은 아직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지원책으로는 ▲대미 관세 및 무역 규제 대응력 강화(21.8%) ▲신시장 진출 지원(21.0%) ▲물류비 및 무역보험료 지원(16.0%) ▲환율 안정화(13.8%)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아직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상호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면 글로벌 교역 위축과 공급망 재편으로 지역 수출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외교적 대응과 함께 지역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