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녹아내린다” 美 재무, 트럼프에 협상 권고…일본과 회담 착수

입력 2025-04-08 09:21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일본과 무역 협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첫 관련 협상이다. 백악관과 내각에 ‘관세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에게 “시장이 녹아내릴 수 있다”며 관세 협상을 조언하면서 트럼프가 협상 여지를 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약 70개국이 세계 무역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며 우리에게 접근했다”며 “대통령을 대신해 미 무역대표부(USTR)과 함께 글로벌 무역의 황금기를 실행하기 위해 일본과의 회담을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폭스비즈니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매우 빨리 나섰기 때문에 일본이 (협상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날 오전 통화한 내용을 공개한 뒤 “그는 최고의 팀을 협상하기 위해 보낸다”며 “그들은 무역에서 미국을 매우 형편없이 대했다”고 말했다.

베센트는 트럼프에게 관세 전쟁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협상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센트의 견해는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은 계속해서 녹아내린다’라는 것”이라며 “(관세)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협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최종 목표가 뭔지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역 협상을 강조한 베센트의 입장은 상호관세 부과 자체를 최종 목표로 보는 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 강경파는 차이를 드러낸다. 나바로 고문은 “우리에게 와서 관세를 0%로 만들겠다고 말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비관세적 속임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파이낸셜타임스에 “상호관세 원칙이 국제 무역 시스템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폴리티코는 “베센트의 조언은 트럼프가 자신의 가장 강경한 발언들을 자제하고, 일부 국가들과의 협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두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